"나체 사진 받고 몰카 찍어도 휴대폰 압색 못해"…'촉법소년' 수사 난항

조현기 기자 2023. 4.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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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선 '중요 증거' 확보 위해 압수수색 영장 발부 필요 목소리
법조계 "성인 사건 유사 범죄, 2차 피해 우려시 전향적 검토해야"
ⓒ News1 DB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1. A군(12)은 올해 초 게임을 하다 온라인 상에서 B양을 만났다. 채팅을 이어가던 A군은 B양에게 음란 사진을 보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결국 B양은 A군에게 나체 사진 등을 보냈다.

#2. 지난 2020년 학원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10대 여학생을 몰래 촬영한 중학생 C군(13)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C군은 한 학원건물 여자화장실에서 D양(10대)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두 사건 모두 혐의를 입증하고 촬영물 유포 등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휴대폰 압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찰은 휴대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검찰이 청구까지 했으나 법원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결정적인 증거인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A군과 C군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14세 미만인 경우엔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더라도 범죄의 경중에 따라 소년원 송치까지 가능한 점을 비춰볼 때 수사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도를 넘는 촉법소년의 범죄 행위가 알려지면서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선 경찰에서는 범죄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인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역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News1 DB

◇ "촉법소년 수사 어려워요…판사 재량권 좀 더 필요"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이 촉법소년의 압수수색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면서 관련 수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촉법소년 범죄 건이 증가하는 데다 강력범죄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를 뜻하는 말로, 이들은 범법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다. 만 10세 미만은 처벌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는 (성 착취물이) 추가로 유포될 가능성도 있고,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서 "법원에서 상당히 꼼꼼히 보면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 수사관 역시 "2차 피해를 막고 핵심 증거품을 확보하기 위해선 강제수사권이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하다"면서 "수사에 상당히 제약이 많다"고 고백했다.

대형로펌 형사팀에서 근무 중인 변호사도 "가해자가 촉법소년인 경우 증거품 압수수색 등 수사 진행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리 촉법소년이라도 죄에 대한 상응하는 대가는 받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청소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촉법소년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18년 9051건에서 2022년 1만6836건으로 급증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1만1677명(2021년 기준)이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 News1

◇ "증거 확보·피해자 보호·적절한 처분 위해선 어느 정도 압색 필요"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촉법소년일지라도 진실 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 재판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는 "소년법에 따른 보호사건의 경우에도 소년부 판사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 관련 규정이 준용되고, 성인 사건과 같이 범죄 등에 제공된 물건을 몰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동에 대해선 응보적 제재보단 품행교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원칙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의 심각성에 있어서 성인의 범죄와 비슷할 경우에는 경우엔 압수수색을 자제할 필요가 있는지는 다소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피해자 보호나 가해 촉법소년에 대한 적절한 처분을 위해선 증거가 확실히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어가도 증거가 제대로 확보가 안 되면 적절한 처분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촉법소년의 재범을 막고 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도 영장을 신청할 때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성범죄 같은 경우에는 2차 피해가 없도록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촉법소년에 대한 적극적인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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