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번잡한 세상에서도 이렇게 오아시스 찾는다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2023. 4. 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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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때면 가끔 꺼내 읽는 책이 있다. ‘선심초심(禪心初心・Zen Mind, Beginner’s Mind)’. 1960년대 미국에 선(禪) 수행의 돌풍을 일으킨 일본인 스님 스즈키 순류의 말씀을 정리한 소책자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청소년 시절 그의 문하생이기도 했다.

피곤하고 힘들 때는 스스로 내려놓고 쉬거나 비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활기가 다시 살아나고 삶이 무겁지 않게 된다. /사진=셔터 스톡

화장실에 앉아서 몇귀절만 읽어도 금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신체적으로 볼 때 두뇌 쪽이 아니라 심장 쪽이다.

나는 평생 ‘이거냐 저거냐’, ‘옳으냐 그르냐’, ‘이로우냐 해로우냐’, ‘내 편이나 네 편이냐’를 따지고 살아왔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직업을 가졌다. 그래서 지치고 경직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는 다른 길도 있다고 말한다.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입니다. 또한 하나라고 하더라도 그 역시 잘못입니다. 몸과 마음은 둘이면서 하나지요.”

나는 논리를 중시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선(禪)의 세계에선 이를 중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인 언어의 소통관계를 해체하거나 뛰어넘는다. 궁극적인 깨달음은 논리로 깨칠 수 있거나 어떤 이치로 생각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마음은 이리저리 방황하기 시작하지요. 그러나 어떤 것도 얻으려고 애쓰지 않을 때, 지금 여기서 여러분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현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곳 어딘가에 부처가 있다면 그를 죽이십시오. 그대들 자신의 불성을 되찾아야 하기에, 밖에 부처가 있다면 그를 죽여야 하는 것입니다.”

선문답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장난 같기도 하다. 또한 삶의 딜레마를 풀어나가고 역경을 극복하거나 성취를 하는 데 명확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통찰(insight)을 마음속에 던져준다.

“좌선에 들어가면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관념이 사라집니다. 여러분이 ‘우리는 이 방에서 6시15분 전에 좌선을 시작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6시 15분 전’이라는 시간 관념과 ‘이 방’이라는 공간 관념을 갖고 있는 셈이 되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우주의 활동을 알아차리고 있는 것뿐입니다. 시간이나 공간 관념은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하나입니다.”

항상 데드라인(deadline)에 쫓기고, 뭔가 해결해야 되며, 성취하려고 바쁜, 욕심 많은 내 마음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다. 비단 나뿐인가?

지금 세계는 너무 정신없는 피로・소진 사회가 돼 버렸다. 24시간 쉴 수 없이 온갖 자극이 넘치는 세상이 되다 보니 어딜 가도 사람들 마음은 쉬지 못하고 불안과 걱정으로 넘친다. 오죽하면 조물주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불러들여 강제로 집안에만 머물게 만들어 놓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선은 내게 유위(有爲) 대신 무위(無爲), 작위(作爲) 대신 부작위(不作爲)를 권한다. 제발 뭘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하지 않음’을 행(行)하라고 한다.

“선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무엇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이 되어가는 대로 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좌선할 때 생각을 멈추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생각이 스스로 멈추도록 내버려두십시오. 어떤 생각이 마음속으로 들어오면 들어오게 내버려두고, 간섭하지 말고 저절로 나가도록 내버려두세요.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말씀을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실천은 못한다. 살다보면 별의별 일들이 끊이지 않으며,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쓸데없는 잡념・번뇌 속에서 산다. 이런 생각에서 헤어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마치 늪에 빠진 사람처럼 더욱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는 “내비 둬!”라고 다시 강조한다. 모든 번뇌를 ‘받아들이고(acceptance)’, ‘애쓰지 말며(non-striving)’, ‘내려놓으라(letting go)’는 것이다.

“양이나 소를 크고 널찍한 들판에 풀어놓는 것이 그들을 제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완전한 평온을 얻고자 한다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심상을 ‘음 이건 망념이군’하고 그저 관찰만 하세요. …그러나 말은 쉬여 보여도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게 수행의 비밀이지요.”

선은 직관(直觀)이다.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뭔가 마음속에선 이해되는 무엇이다.

“즐거움과 어려움은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도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나쁜 것이 좋고, 좋은 것이 나쁩니다. 도겐 선사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사랑해도 꽃은 지고, 우리가 사랑하지 않더라도 잡초는 자란다.’”

매사 따지고 계산하고 분별하고 살아온 데 익숙한 내게 이런 ‘비판단(non-judgement)의 세계’는 안식처요 오아시스다. 기독교 신자인 내가 성경 말고도 불경에 손이 가는 이유가 이렇다. <<a href="mailto:jmeida21@naver.com" target="_blank">jmeid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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