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찾은 외할아버지의 '작가 정신'…예화랑의 45주년 발자취
장욱진·천경자 등 인연 맺은 작가 21인 소개
"미술사 초기 작가 정신 되살리고자"
5월 4일까지 예화랑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4년 9월 어느날. 서울 종로4가 청계천 쪽에 있던 천일백화점 내 천일화랑에서 ‘유작 3인전’이 열렸다. 6·25 전쟁 중에 52세, 47세, 38세의 나이로 각각 타계한 김중현, 구본웅, 이인성 작가의 추모전이었다.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로 평가되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흩어진 작품 40여점을 수집해 소개한 해당 전시에 대해 당시 미술평론가 고(故) 이경성은 “화단적 의미가 큰 전시”라고 평하기도 했다.
‘유작 3인전’을 기억하고 있는 구본웅·김중현 작가의 유족들도 기억을 소환했다. 구본웅 작가의 차남 구상모(87)씨는 “중학교 1학년때 천일화랑까지 작품 심부름을 했었는데 전시장이 컸던 기억이 난다”며 “‘유작 3인전’을 통해 아버지의 그림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중현 작가의 딸 김명성(79) 씨는 “아버지는 6·25 동난 중에도 계속 그림을 그리셨다”며 “어려운 시기에 활동했던 아버지의 작품을 많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천일화랑의 역사는 현재의 예화랑으로 이어졌다. 이완석의 딸 이숙영씨는 1978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예화랑을 열었다. 2010년 그가 별세한 이후에는 딸인 김방은 대표가 이모인 이승희 대표와 함께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예화랑이 창립 45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는 전시 ‘밤하늘의 별이 되어’가 5월 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린다. 천일화랑에서 시작해 예화랑까지 생전 인연을 맺은 작가 21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한국현대미술사의 초기를 함께 했던 작가들의 작가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려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전시 기획은 2021년 여름, 김 대표가 충남문화재단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재단 측은 ‘제주 목장’이라는 제목의 흑백 포스터 이미지를 보내주며 이완석 작가의 작품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바로 외할아버지의 작품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김 대표는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전시에서는 구본웅의 드로잉 2점을 비롯해 오지호, 남관, 임군홍, 이인성, 윤중식, 손응성, 유영국, 최영림, 장욱진, 이준, 이대원, 임직순, 홍종명, 정규, 문신, 권옥연, 천경자, 변종하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이중섭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 서양화가 중 한명인 윤중식(1913~2012)의 ‘가을’ ‘고향’ ‘설경’도 전시해 놓았다. 프랑스의 ‘야수파’(강렬한 원색화풍)에서 영향을 받은 그가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한 고향의 정겨운 풍경 등을 볼 수 있다. 독보적 회화 세계를 펼쳤던 정욱진(1917~1990)의 ‘수안보 가는 길’과 ‘무제’ 두 작품도 있다. 그의 작품은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것처럼 단순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조화롭게 화면을 구성했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본격 지분 요구' 전광훈, 설교서는 "간호사 치마 짧게 입혀서.."
- JMS 2인자·거짓진술 의혹 공개되나…‘PD수첩’ 게시판에 항의글 우르르
- ‘손흥민 결혼설’ 어디서 시작됐나 보니
- 김주애 ‘디올’ 포기 못 해, 金씨 일가 명품 사랑 엿보니
- 주급 3억4000만원 받는 손흥민…EPL 전체 1위는 14억원의 홀란
- ‘마약음료’ 필로폰 3배 마신 아이들…무사할까?
- 조선족 살인범 '사형→무기'..변호인 문재인[그해 오늘]
- 현금 반 빚 반으로 만든 '코스닥 900'…지킬 수 있을까
- 임성재, '톱10' 확률 35% 넘겨..피츠패트릭 연장 끝 우승(종합)
- 벤처투자 60% 급감…생존도 힘든 벤처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