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무병장수?... '젊은 60대'가 결정한다

건강한 60대, 사망률 '4.4배'-노환 '10.9배' 낮아져

2015년 경북 포항시에 개최된 제15회 통일기원 포항해변마라톤 대회 10km코스에 도전한 어르신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결승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스1]

건강한 무병장수는 고령층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최근 '나이'가 아니라 개인별 '노화 속도'가 무병장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60대 중반의 몸 상태가 건강한 장수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6세에 노쇠 정도가 심하면 건강한 동년배보다 10년 내 사망 위험률이 약 4.4배나 높아진다. 또 10년 안에 스스로 생활할 수 없어 돌봄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평균 3.2배 높았다.

이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와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장지은 교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김대현 교수팀이 만 66세 성인 96만 8885명의 사망률과 질환 발생률을 추적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동년배에선 사망률이 연간 100명 중 0.79명에 불과했지만, 노쇠가 심한 심한 동년배(중증 노쇠 집단)에선 3.36명이었다. 노쇠 상태에 접어들거나(노쇠 전 집단, 1.07명) 약간 노쇠한 정도(경증 노쇠 집단, 1.63명)에선 1명 대에 머물렀다.

암을 제외한 노화에 따른 질환인 △심부전은 2.9배 △당뇨는 2.3배 △뇌졸중은 2.2배나 높았고 △노환(돌봄이 필요할 정도로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 발병률은 10.9배나 치솟았다. 이외에 낙상, 골절, 관상동맥질환 등 노화에 따른 대부분의 질환 발병률도 유의미하게 높았다.

노쇠한 정도는 △병력 △신체·검체검사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장애 등 5개 영역에서 39가지 항목을 평가해 측정했다. 허약한 정도를 의미하는 '노쇠'란 용어는 '시간에 따른 나이'가 아닌 개인별 노화 수준을 의미하는 '후생유전학적 나이'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노화와 질병, 스트레스가 쌓여 신체 기능이 감퇴하고 취약해진 상태다. 개인마다 노화속도가 다를 수 있고 같은 나이라도 노쇠 정도가 심하면 노화가 더욱 진행했다(가속노화)고 볼 수 있다.

[관련기사=왜 난 '더 빨리' 늙지?… 가속노화 막는 '4M 건강법' (https://kormedi.com/1557503/)]

서울아산병원은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선제적 건강관리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노쇠 관련 연구는 고령의 나이대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연구는 주요 질병이나 장애가 비교적 적은 노년 초기에서 노쇠 정도와 노화속도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정희원 교수는 "나이가 같아도 생물학적 노화 정도, 즉 노쇠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며 이러한 차이로 미래의 사망과 건강 상태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를 관리해 노쇠와 질환을 예방하고 이미 노쇠가 진행했다면 전문의를 찾아 노인의학적 도움을 받으면 좋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이어 "급증하는 고령 인구에 대한 돌봄 지원과 청장년층의 가속노화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 개발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