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서장' 감찰, 대부분 '문제없음'...되레 피해자에 "떠나라"

윤성훈 2023. 4. 18. 05: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선 경찰서장이 직원에게 사비로 간식을 사도록 압박하고, 꼼수를 써서 수백만 원짜리 고급 침대와 운동 기구를 서장실에 들여놨다는 의혹을 YTN이 전해드렸는데요,

경찰청이 서장을 감찰했지만 제 식구 감싸주기 식 결론을 내린 데 이어, 오히려 피해 직원에게 근무지를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한 녹취를 YTN이 입수했습니다.

윤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인 경조사비를 대신 내고 간식도 사비로 준비하라고 직원을 사실상 압박한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예산 집행 과정에서 꼼수를 부려 수백만 원짜리 고급 침대와 운동기구를 서장실에 들인 의혹도 받습니다.

규정에 어긋난 지시가 잇따르자 경리계장은 거듭 문제를 제기했고, 돌아온 건 근무 평가 최하위 평점과 업무 배제, 그리고 인격모독성 폭언이었다고 말합니다.

[A 씨 / 영등포경찰서 경리계장 : (영등포서장이) 경리계장이 뭐 하는 사람이냐, 하는 일이 뭐냐, 마인드(마음가짐)가 안 돼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갑질에 시달리다 못한 계장은 진정을 넣었고, 경찰청은 한 달 넘는 감찰 끝에 서장에게 '경찰청장 직권의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경찰서장이 계장에게 개인 돈을 쓰게 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비인격적 대우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업무 과정에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질책"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아서, 정식 징계는 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규정을 위반한 것일 뿐 갑질은 아니라는 얘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상사의 비위를 용기 내 제보한 직원으로선 맥이 빠지고 앞으로의 일이 걱정될 법한 결론이지만, 감찰 결과가 나온 다음 날, 감찰 책임자를 만나 뜻밖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다른 경찰서로 옮기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의사를 물어온 겁니다.

[경찰청 감찰담당 관계자 (지난 14일) : 내가 같이 근무하면서 서장을 괴롭힐 자신이 있다면 복귀를 좀 하시는 게 좋을 거 같고요. 그게 아니라 그냥 툭 털어버리고 새로운 데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느냐….]

경리계장에게 인사이동을 종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감찰 책임자는 서장 인사는 청장이 단행해 절차가 복잡한 만큼, 피해자가 원하면 다른 데로 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거라고 YTN에 해명했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갑질에 시달린 직원이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도망치라고 강요받는 현실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영등포경찰서 동료 직원 :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생각을 하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지도 납득이 잘 안 되고….]

서장의 갑질을 신고한 경리계장은 우울증 때문에 병가에 들어갔습니다.

곧 병가가 종료되지만, 피해자가 떠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영등포서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YTN 윤성훈입니다.

영상편집;전자인

그래픽;최재용

YTN 윤성훈 (ysh02@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