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로 밀가루 대체? "소비자 입맛은…" 업계는 난감
쌀 공급 과잉 문제의 해결책으로 '가루쌀' 육성 대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하겠다며, 가루쌀을 이용한 제품 개발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맛부터 가격 경쟁력까지 극복할 과제가 쌓여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25억원을 투입해 15개 업체의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19개의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면, 빵, 과자류 등이 신제품 개발 품목으로, 농심, 삼양식품, 하림산업, SPC삼립, 해태제과, 풀무원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각 업체는 정부가 제공한 가루쌀을 받아 제품 개발에 착수했는데, 연내에 시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루쌀은 재배 방식은 일반 쌀과 유사하지만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다. 일반 쌀이 가공을 위해 물에 불린 뒤, 가루를 내는 습식제분 방식을 쓰는 데 반해 가루쌀은 건식제분이 가능해 제분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전분 손상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식감도 기존 쌀가루보다 부드럽게 개선돼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가루쌀을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가루쌀이 잘 정착된다면 쌀 과잉 공급이라는 고질적 문제와 식량자급률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식품업계에서는 정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보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미 밀 가공식품에 익숙한 소비자 입맛을 고려할 때, 가루쌀이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정책 목표에는 회의감을 표하고 있다. 식감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밀과 다른 맛의 차이를 극복할 방법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빵이든 라면이든 쌀을 활용한 제품이 과거부터 다수 출시됐지만,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다"며 "가루쌀이 밀과 유사한 특질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밀의 풍미·식감 등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버금가는 상품성을 얻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B사 관계자도 "일단은 연구대상인데, 시제품 출시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가루쌀의 가격 경쟁력도 문제다. 현재 가루쌀은 수입 밀가루에 비해 약 3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가루쌀 재배면적을 2027년까지 4만 2000헥타르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수입 밀가루보다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를 활용한 신제품이 쏟아지는 이유는 간명하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가루쌀의 가격이 더 비싼데, 맛도 밀가루보다 낫다고 장담하기 힘들다면, 업체들이 나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밀가루의 아성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쌀 가공식품 자체의 매력을 소비자들이 인식할 때까지 정부의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에도 정부는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 가공식품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유수의 식품기업들이 동참했지만, 쌀 수급 문제가 풀리자 정부의 관심이 사라졌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미지근해 시장에 안착한 제품은 없는 수준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쌀 소비 촉진의 책임을 제조사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성과가 성에 차지 않더라도 정부가 단발성 지원으로 끝내지 말고, 이번 기회에 쌀 가공식품 생태계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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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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