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행의 이자장사를 응원한다Ⅱ

이학렬 금융부장 2023. 4. 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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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은 예로부터 시기질투의 산업이었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많은 돈을 번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순간이다.

그동안 벌었던 돈을 은행 내부에 뒀다면 은행업을 계속 할 수 있다.

다행인 건 은행이 비판받으면서도 꾸준히 이자장사를 통해 돈을 벌었고 돈 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충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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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은 예로부터 시기질투의 산업이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1년 365일 매일 받는다. 일요일이든, 휴일이든 상관없다. 대체공휴일이 늘어나면 직장인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은행도 좋아한다. 하지만 돈을 떼이는 찰나 은행 위기는 찾아온다.

10원을 빌려줘서 매년 이자로 1원씩 받는다고 하자. 매년 은행은 대출자산 10원으로 10%의 수익을 거둔다. 10년후 빌려준 돈 10원을 받으면 은행은 10년간 100%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많은 돈을 번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순간이다. 하지만 10년후 빌려준 돈 10원을 떼이면 어떻게 될까. 1년차 10%, 2년차 20% 등 매년 수익을 쌓았던 은행은 한순간 수익이 '0'이 된다. 그동안 벌었던 돈을 은행 내부에 뒀다면 은행업을 계속 할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 10원을 빌려줄 수 있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혈맥'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매년 벌었던 1원 중 일부를, 혹은 전부를 써서 남은 게 없다면 은행은 더 이상 '은행' 역할을 못한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이 위험하다. 연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선순위, 책임준공, 담보 등 다양한 말로 은행은 안전하다고 한다. 경제 논리만 적용된다면 은행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PF는 위험하지 않다고 믿는다. 하지만 금융 '맏형' 은행은 다른 금융사가 망가졌을 때 소방수로 나선 적이 많다.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은행권에선 부동산 PF 위기가 불거지면 은행이 나서야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언급한 중점 관리 PF 사업장 300~500곳 중 일부는 순차적으로 '정리'될 곳이다. 부실을 분산해야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는다고 봤다. 문제는 정리될 PF 중 지방자치단체가 야심차게 준비한 산업단지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PF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정리 순서를 정할 때 '시장'이 아닌 '정치' 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마땅히 정리해야 하지만 '살려야 하는' 사업장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은행이 떠맡게 된다는 논리다.

자영업자 대출도 위험하다. 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이 끝나면 '착시효과'도 끝난다. 연체율이 폭발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다중채무자인 만큼 금융회사 한 곳에서만 부실이 발생하지 않고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부실이 터진다.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442조원에 이른다. 마지막까지 연체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겠지만 자영업자가 집을 담보로 빌린 주택담보대출도 부실해질 수 있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중요한 '표'인 자영업자를 위해 금융지원이 재차 연기되고 '착시효과'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은행은 일부 자영업자 부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은행이 빌려준 10원을 떼이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다행인 건 은행이 비판받으면서도 꾸준히 이자장사를 통해 돈을 벌었고 돈 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충당금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왔다는 점이다.

다만 쌓은 돈이 부족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관치'라는 비판에도 배당을 자제하고 손실에 대비하라고 주문한 이유다. 조만간 은행들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몇몇 은행은 조단위 순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6000억원에 그친 삼성전자와 비교하면서 또 '이자장사'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이자수익부자산 3000조원을 비롯해 4000조원에 이른다. 그걸 가지고 연간 20조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 절대액수가 커보일 뿐 자산대비 이익률이 0.5%도 안된다. 이자장사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잘 하라고 응원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고 IMF 위기 때처럼 '세금'으로 은행을 살리는 일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참고 : [광화문]은행의 이자장사를 응원한다)

이학렬 금융부장 toots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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