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까지 도전...저작권 경계 ‘애매모호’ [진화하는 AI, 내 곁에 ON 미래]

김지혜 기자 2023. 4.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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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AI 비디오 콘텐츠 구축 등 연구
상용화 위해선 저작권 문제 해결 절실
AI 창작물, 국내 법적 보호 제약 많아
최근 AI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두민 작가가 AI알고리즘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를 활용해 작업하는 모습. 작가 제공

 

인공지능(AI)의 창작 영역이 확대되면서 현재 논란이 되는 지점은 ‘AI의 창작자 지위’와 이와 연계된 ‘저작권 문제’다. 그림, 문학, 음악 등 예술 저작물을 생성하는 소프트웨어 AI에 창작자의 지위를 부여해 AI의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또 이 결과물을 활용 시 어디까지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가, 반대로 AI의 데이터 학습 시 원저작자의 저작권 침해 우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 AI 창작물, 저작권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인하대는 교내에 ‘인공지능 콘텐츠 창작 연구센터’를 만들고,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기던 영화, 광고, 게임 등의 스토리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인하대는 이번 시도를 통해 인간의 영역으로 불리는 문화 예술 영역에서의 AI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하지만 최근 고민이 많다. AI 비디오 콘텐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저작권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조근식 인하대 인공지능콘텐츠창작연구센터장은 “인공지능이 문화예술계에 확산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현재 AI 비디오 콘텐츠 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원제작자는 물론이고 투자자까지의 저작권을 고민해야 한다”며 “관련 산업이 커질수록 수익 배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AI 창작물은 현재 국내에서 법적 보호의 제약이 많다. 한국과 미국, 중국의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저작물의 주체는 인간으로 한정해 정의한다. 실제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은 국내 최초 AI 작곡가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돼 6년간 30만곡을 작곡했고 수입을 올렸지만 지난해 7월 이봄의 6곡에 대해 저작권료를 지급해 온 협회가 저작물은 인간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저작권료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AI가 창작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지시나 개입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창작물을 온전히 AI의 소유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예술계... AI 학습 시 저작권 침해 우려 해결해야

AI 학습용 데이터 활용도와 직결된 저작권에 대한 논쟁도 첨예하다. 특히 글과 그림 등을 온라인상에 제공하는 예술가들은 AI가 학습 시 사용하는 저작물이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우려한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예술가의 정보와 이미지 픽셀 정보의 관계를 학습해 원작자의 동의 없이 해당 예술가 스타일과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도용과 표절 등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F 소설가로 활동 중인 정보라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는 “AI가 학습하는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소지가 거의 100%”라며 “SF 소설 집필의 경우 엄밀하고 적확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창작에 임하는 AI의 도움을 받게 될 때, 작가 입장에선 나도 모르는 새 저작권 침해에 가담할 위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신아 웹툰노동조합위원장 역시 “내가 혹은 타인이 만든 작품이 2차, 3차 창작에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되면서 착취당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특히 저작자가 모르는 사이 도용·표절에 연루돼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술계에서는 AI 시대에 대비해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국내 제도 구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분야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려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 저작물 사용을 폭넓게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지난 2021년 1월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AI와 관련된 저작권 관련 법안들은 AI 개발 촉진을 위한 규정 외에도 연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많다”며 “음악, 출판업계의 저작권자들이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에 반발이 심하고 이해관계와 쟁점이 달라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향후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제언 “원저작자 권리 침해 최소화… AI 발전도 적극 도모해야”

챗GPT 등 AI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인간의 조력자로 공존하기 위해선 ‘저작권 문제’ 등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분야별 이해관계에 따른 사회적 논쟁이 있더라도 마땅히 그 비용을 치르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AI 발전에 따른 논의가 초기 단계”라며 “크게 저작권 측면에서 보면 AI를 학습시킬 때 발생하는 저작권 이슈, 생산물에 대한 저작권 이슈라는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AI의 저작물 이용 시 원저작자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AI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AI의 학습을 자유롭게 허용하되 AI의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이용료를 기존의 구매나 소장용으로 책정된 것보다 낮춰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종의 ‘공탁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개인이 일일이 비용을 내는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요금을 지불해 저작물들을 자유롭게 쓰고 추후 저작권자가 청구하면 그중 일부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AI 발전에 따른 시대 흐름 변화는 막을 수 없으니 적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하진 서울시립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19세기에 자동차가 상용화될 때 마차를 끌던 마부들이 많은 걱정을 했지만, 이후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신호등, 도로, 세차장 등 많은 일자리와 산업이 생겼다”며 “자동차가 생기면서 운행 시 안전 등을 위한 규제가 뒤따라 생긴 걸 떠올려 보면, 단순히 AI가 위협이 된다고 막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는 그 기술이 산업 전반에 녹아들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태동할 즈음엔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당연히 생겨난다.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 더 나은 생태계를 구축할지, 어떻게 하면 신기술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수 있는지 논의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서강준 기자 seo9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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