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일까, 파괴자일까 예술세계도 넘보는 AI [진화하는 AI, 내곁에 ON 미래]
“예술과 기술의 접점, 사회적 합의 제도적 규율 구체화” 목소리도
문화예술계에서 최근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전유물이던 창작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AI 소프트웨어가 딥러닝 학습을 통해 인간보다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베끼듯 시와 소설을 쓰기도 하면서 인간의 음악을 참고해 작곡까지 하는 시대가 됐다. 각 분야 일선 현장의 종사자들 사이에선 이들이 밥그릇을 뺏는 위협적인 존재인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동행자이자 조력자인지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AI 대전환 시대에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고양시에 거주하는 변의수 시인은 1991년 첫 시집을 출간한 뒤로 실험시(詩) 연구를 지속하면서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자 노력한다. 그런 그에게 최근 급부상한 챗GPT는 예술세계 확장의 또 다른 도구다. 변 시인은 올해 안에 챗GPT 등 AI에 명령어를 넣어 작성된 시와 문학 평론을 본인이 발행하는 계간지 ‘상징학연구소’에 실으려는 혁신적인 계획을 구상 중이다. 변 시인은 “시의 구조 원리와 철학 등에 충분한 내공을 가진 시인이나 문학가가 AI 소프트웨어에 키워드를 입력한다면 창조성과 예술성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전공자, 비전문가가 시도할 때와 다른 문학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인공지능 미술과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강은수 작가(49)는 지난 3월5일까지 열렸던 인천아트플랫폼의 기획전 ‘비타 노바_새로운 삶 Vita Nova_New Life’에서 ‘소리’를 또 다른 종(種)으로 상상하며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관객참여형 작품을 선보였다. 청각의 영역을 시각화한 체험미술로 관객이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만들어 내면 발광다이오드(LED) 빔과 3D프린터를 통해 다양한 모양의 예술로 변화한다.
강 작가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거나, 자의식이 있다는 등의 두려움을 조성하기보단 인공지능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성을 지닌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으로 인식돼 온 ‘인간의 예술 세계’에 AI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AI가 창작의 동반자로 성큼 다가온 만큼, 예술인의 창작 활동 전반을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문화예술 생태계가 AI 기술 발달의 가속화에 영향을 크게 받고 윤리성을 내포하는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조근식 인하대 인공지능콘텐츠창작연구센터장은 “문화예술 생태계 발전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종사자들 간의 협의체가 절실하다”며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서로 합의를 해야 할 뿐 아니라, 현재 불거진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규율을 구체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서강준 기자 seo9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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