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은 ‘불치병’인가요?
환절기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감기와 증상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인 비염이다. 흔히 ‘불치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료가 어렵고, 비염 환자의 약 50%에서 호소하는 코막힘은 수면장애‧학습능력‧집중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권장된다.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비염은 정말 불치병일까.
비염은 콧물‧재채기‧가려움증‧코막힘 가운데 한가지 이상의 증상을 동반하면서 비강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염은 콧물‧재채기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염증성 만성질환으로, 성인과 소아 모두에서 발생한다. 원인에 따라 감염성이나 알레르기성처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으며, 기간에 따라서 급성비염과 만성비염으로 분류한다.
조경래 인제대학교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상계백병원)는 “비염이 완치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에 대한 답변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라며 “비염의 원인이 비강 구조 이상이라면 수술을 통해 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있고, 종양이나 용종이 원인인 경우도 완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원인이 알레르기나 자율신경계 불균형, 노화라면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증상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와 적절한 습도 유지 등 일상생활 속 습관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가 어려운 ‘알레르기’ 비염
비염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이유는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비강(코) 점막이 다양한 원인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알레르기 질환의 하나다.
비강은 코의 안쪽에서 구강 전까지의 공간을 말하는데, 안쪽은 점막으로 되어 있어 숨을 쉴 때 공기의 습도와 온도 조절을 하며, 점막의 분비선에서 항균물질을 분비하는 등 일선 면역체계의 큰 축을 담당한다.
특히 비강이 시작되는 넓은 공간과 섬모에 의해서 불순물이 추가적으로 제거되기 때문에 비강을 거친 공기는 폐로 호흡하기에 알맞은 상태가 된다. 다만 이렇게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항원)과 직접적으로 접촉해 관련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일단 알레르기 비염이 의심되면 그 원인이 되는 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피부반응검사나 혈액 검사로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글로블린 E(IgE)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항원이 확인되면 원인물질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며, 약물로는 항히스타민제, 국소분무 스테로이드제 등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또 비강 점막의 부피를 일부 줄여주는 수술적인 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 다만 이와 같은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는 증상완화를 위한 것일 뿐 완치를 위한 치료법은 아니다. 특히 이러한 알레르기 비염 약물은 먹을 때만 효과가 있다. 다만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약을 복용하고 스프레이를 1~3개월간 꾸준히 뿌리고 코 세척을 주기적으로 해준다면 코가 편한 기간이 오래 지속된다.
조경래 교수는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강 분무형 점막수축제의 경우 신속한 코막힘 개선 효과가 있어 흔히 쓰이고 있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비강 점막이 비대해져 코막힘이 악화되는 약물성 비염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치를 위해서는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면역요법은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항원을 최소량부터 시작해 점차 농도를 올려 가며 피부 밑으로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보통 약 3~5년가량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며 우리 몸의 면역계가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항원에 익숙해지는 방식이다. 다만 여러 종류의 항원에 알레르기를 가진 경우 치료가 어렵고,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 등의 부작용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알레르기 비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알레르기비염 치료를 제때 받지 않으면 상태가 계속 악화돼 코 안의 점막들이 손상되고, 공기가 통하지 않아 두통‧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속적인 코막힘으로 인해 입으로 호흡하다 보면 목 따가움 등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며, 수면장애‧학습능력‧집중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
모든 질환이 다 그렇지만 알레르기 비염도 치료를 빨리할수록 효과가 좋은 질환이다.
박용민 건국대학교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개 알레르기비염 소아 환자들은 부모도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는 알레르기비염이 어차피 잘 낫지 않는 질환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을 병원에 늦게 데려오고 이로 인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는 수십년 동안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기 때문에 치료가 잘 안되지만, 아이들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되도록 빠른 진단과 치료를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를 비롯해 공해나 먼지가 많은 환경은 가급적 피하고, 수시로 환기해 실내 공간을 청정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특히 중요한 점은 꾸준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증상이 좋아져 자체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얼마 뒤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적어도 2개월 정도는 치료를 꾸준히 진행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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