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창]“내 고향에 기부하고 세제혜택·카드할인 받는다…답례품은 덤”

이명철 2023. 4.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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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창]‘고향사랑기부제’로 주목받는 ‘기부테크’
10만원 기부하면 13만원 혜택, 500만원은 절반 돌려받아
할인·적립되는 특화카드 출시…예·적금 우대금리 혜택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제주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양모씨. ‘고향사랑기부제’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살고 있는 제주 지역에 20만원을 기부했다. 연말정산에서 10만원은 100% 환급되고 나머지 10만원도 세액공제가 가능해 10만원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기부금액의 30%인 6만점은 포인트로 쌓였다. 감귤 같은 특산품을 받을 수 있는데 조금 더 포인트를 모아본 후 결정할 계획이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카드의 포인트 혜택과 은행 우대금리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장사’여서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올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월 24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꾸러미들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조용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시행 100여일이 지난 요즘 일부 시·군 지자체에서는 누적 기부금이 1억원을 넘었다고 알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상당 부분이 세액공제가 되는 세제 혜택이 부여된다. 금융권에서도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추진 중이다. 잘만 이용하면 기부금액 이상으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알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고향 제주에 20만원 기부했더니…혜택 줄줄이”

행정안전부가 올해 처음 실시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외 지자체에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가 주민 복리 증진 등에 사용케 한 제도다.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기부금액 10만원 이하는 전액, 10만원 초과 시 16.5%가 세액공제된다. 기부금액 30% 이내에 해당하는 답례품도 제공토록 했다.

세액공제란 내야 할 세금에서 일정 금액을 제외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0만원에 세금을 내야 할 납세자가 있는데 10만원 세액공제를 받았다면 90만원의 세금만 내도록 하는 것이다.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는 소득 공제보다 혜택이 더 크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10만원을 기부한 직장인이 있다면 향후 연말정산에서 10만원이 공제돼 돌려받을 수 있다.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선 16.5%가 세액공제 적용된다. 기부금액이 20만원이면 11만6500원(10만원의 100%인 10만원+초과분 10만원의 16.5%인 1만6500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한도인 500만원을 기부했다면 기본 10만원에 10만원 초과분인 490만원에 대한 16.5%(80만8500원)를 더해 90만8500원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세액공제가 끝이 아니다.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고향사랑e음)에서 기부 내역을 등록하면 통상 기부금액의 30%를 해당 지자체 포인트로 제공한다. 10만원을 기부한 경우 3만포인트를 제공하는데 세액공제(10만원)와 합하면 기부금액보다 많은 13만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500만원을 기부한 경우 답례품 규모는 150만포인트다. 세액공제액과 합하면 기부금액의 절반 수준인 240만8500원을 다시 되돌려 받게 된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농협은 은행과 카드 등을 통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달 5일 출시한 ‘zgm.고향으로(지금.고향으로)’ 카드는 기부자들에게 최대 1.7% NH포인트를 적립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카드를 발급할 때 기부 대상 지역을 선택하고 실제 기부를 한 고객에게는 주말 기부지역의 가맹점과 전국 농협판매점·농협운영 주유소에서 0.7%의 NH포인트를 적립한다.

국내외 가맹점 기본 적립(0.3% NH포인트)과 주말 추가 적립(0.3% NH포인트)까지 합해 1.7% NH포인트를 적립할수 있다. 고향사랑 우대 서비스는 전월실적 40만원 이상 시 월 1만포인트 한도에서 적립된다.

만약 제주에 20만원을 기부한 양씨가 해당 카드를 발급받아 제주에서 사용할 경우 한달에 최대 1만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올해 7개월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최대 7만포인트 적립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미 세액공제(11만6500원)와 답례품(6만포인트)을 통해 17만원대 혜택을 입었음을 감안하면 쏠쏠한 이득을 보는 셈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은행 예·적금에서도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농협은행은 고향사랑 기부 예·적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농협은행 창구나 고향사랑e음에서 납부한 고객은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 적용해 각각 최대 0.6%포인트, 0.8%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와 우대금리가 시너지를 내면서 지난달 28일 기준 고향사랑 기부 예·적금은 판매 적립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해당 상품의 연간 판매액 0.1%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금으로 적립·조성키로 했다.

이석용(오른쪽) NH농협은행장과 윤상운 NH농협카드 사장이 지난 5일 ‘zgm.고향으로’ 카드 가입행사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농협은행)
중장기 세부담 절감 효과, 산불 피해지역 온기도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해당 제도가 안착할수록 넓게 보면 금융 혜택 뿐 아니라 세금 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고향납세제’라는 명칭으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향납세제의 실적은 2008년 865억원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8조3024억원으로 96배나 급증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출해야 할 세금도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전국적인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 주민들을 위해 온기를 전할 창구도 된다. 이달 2~12일 발생한 산불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11개 지자체(강원 강릉시, 경북 영주시, 충북 옥천군, 대전 서구, 충남 홍성군·금산군·당진시·보령시·부여군, 전남 함평군·순천시)에는 고향사랑e음 등을 통해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다.

금융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제도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말부터 박성현 기관그룹장 부행장이 먼저 고향사랑 기부에 동참하고 사내 홈페이지에 캠페인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기부 문화 조성을 위한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지금.고향으로 카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전국 1400여개 전통시장 10% 할인 △충남 예산시장 맛집 20% 할인 △지역별 유명 베이커리·카페 10% 할인을 시행 중이며 이달 30일까지 퀴즈 이벤트를 진행해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최대 3만원 주유 상품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이달 5일 지금.고향으로 카드에 가입한 후 “지역금융 선도은행으로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정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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