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지구에게 심폐소생!-2023 지구의 날 행사를 준비하며
2023년 봄은 특이했다. 기이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올봄은 이전에 우리가 경험한 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벚꽃 피고 지는 순서’라든가 ‘남쪽의 봄소식’ 등과 같은 수사가 일기예보에서 사라졌다. 대신에 봄꽃 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가 꽃이 한꺼번에 피우는 바람에 일정을 당겨서 축제를 준비하느라 어려웠고, 봄꽃 축제 일정을 취소할 수 없어 아예 꽃이 진 상황에서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상춘객의 꽃놀이는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마주하는 자연과 환경은 괜찮은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사실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안 괜찮다. 아프다 못해 괴롭다. 꿀벌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은 생물군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꿀벌처럼 자기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인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은 그나마 우리에게 희망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상황은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해양오염과 해수 온도변화로 인한 소식들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빙산 근처의 얼음 조각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북극곰. 이유를 알 수 없이 떼죽음을 당한 돌고래.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있는 거북이. 어망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각종 해양 동물. (미세)플라스틱에 고통받는 바닷새들. 부영양화로 사라지는 청정어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과 같은 비보는 비단 바다에서만 들려오는 게 아니다. 더 이상 처치 곤란한 생활 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이라든가 귤, 사과, 바나나 재배지의 북상 소식도 결코 반갑지 않다.
올봄에 한꺼번에 핀 봄꽃 소식이 왠지 모르게 두렵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러한 경종이 울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은 이미 고전이 되었고, 우리에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으나 ‘침묵의 봄’에 필적할만한 책으로 소개된 리처드 루브의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2008)은 우리 인류가 얼마나 멀리 나왔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992년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세번 스즈키라는 12세 소녀가 호소하던 6분짜리 연설을 다시 찾아보며 가슴을 쳐보지만 40대 중반의 캐나다 환경운동가인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에 2018년에 15세였던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등장했다. 툰베리는 20세 청년이 되기까지 5년 동안 쉴 새 없이 지역 활동과 국제회의 무대에 등장하여 기후위기의 절박성을 몸으로 호소하고 있다.
12세의 세번 스즈키에서 15세 그레타 툰베리로 청소년 환경운동가의 이름이 바뀌는 25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지구를 살리자고 외쳤던 지난 30년 동안, 인류는 무엇을 했는가 질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전에 관심을 끌지 못하던 환경의 날, 지구의 날을 통해 위기감을 끌어올렸고, 물의 날을 비롯하여 달력에 기록조차 되지 않는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 자원순환의 날, 오존층 보호의 날, 차 없는 날, 채식인의 날, 자연재해 감소의 날을 제정해가면서 말라비틀어지는 지구의 모습을 잘 지켜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 22일을 ‘지구의 날’로 지킨다. 변한 것이 있다면 여기저기서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고 이전에 비해 목소리가 좀 더 높아졌을 뿐, 상황은 더 악화했다.
이럴 때, 내가 사는 도시 춘천에서 “지구에게 심폐소생”이라는 구호와 더불어 ‘기후살리기 춘천시민의 날’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지구의 날을 기해서 춘천시, 종교단체, 시민단체, 시민이 함께 기후위기극복을 위해 여러 단체의 협력을 읍소하고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주어진 10년”이라는 표현처럼 기후위기를 극복할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러기에 각자 따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연대해서 함께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기후살리기 춘천시민의 날’은 기후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모쪼록, 춘천시민이 서로 먼저 심폐소생에 필요한 입맞춤을 시도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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