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저 빌어먹을 섬을 날려버려!"
1947년 4월 18일, 독일 주둔 영국 해군사령관 해롤드 워커의 명령이 떨어졌다. “저 빌어먹을 섬을 날려버려!” 본토에서 약 46㎞, 함부르크항에서 70여㎞ 떨어진 북해의 작은 섬 헬리골란트(Heligoland) 전체를 폭파하라는 이른바 '빅뱅 작전'. 그 작전을 위해 영국 해군은 약 8개월간 섬 곳곳에 건설된 나치 군함과 잠수함 접안기지, 벙커 등 군사시설에 약 6,700톤의 폭발물을 매설했다. 나치가 비축한 어뢰와 심도폭탄, 포탄에다 영국군의 재고 폭발물까지 더해졌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해안 국경선에다 북해 너머 영국 본토까지 마주 보고 선 면적 1㎢ 남짓의 작은 섬 헬리골란트는 대대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영국은 저 섬을 거점 삼아 나폴레옹 군대의 스칸디나비아 진출을 막았고, 1890년 독일 카이저는 영국에 아프리카 잔지바르섬을 내어준 대가로 섬을 되찾은 뒤 1차대전 함부르크 군항의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1차대전 직후에도 영국은 섬에 구축된 군사시설 파괴 작전을 전개했지만 상징적인 조치에 그쳤고, 나치는 그 토대 위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했다.
1945년 5월 섬을 점령한 영국은 52년 3월까지 점령군으로 주둔했다. 섬 전역에 은닉된 나치 군수물자의 수거-해체 즉 비무장화의 가장 신속하고도 완벽한 방법이 아예 섬 전체를 폭파하는 거였다. 당시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재래식 폭파 작전에도, 섬은 지형 일부만 달라졌을 뿐 사라지지는 않았다. BBC 등을 통해 중계된 폭파 이벤트 직후 영국 언론은 ‘히틀러 생일(4.20)을 축하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대서특필했고, 한 독일 언론은 ‘붉은 절벽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썼다. 1952년 3월 섬은 독일에 반환됐고, 전시 내내 소개돼 있던 주민(현재 약 1,500명)도 폐허가 된 고향으로 복귀했다. 근년의 헬리골란트는 한 해 평균 36만 명가량이 들르는 관광지가 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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