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진 김건희 여사 행보... 정책 여백 채우지만 야당 '단골 표적' 딜레마

김지현 2023. 4. 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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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동물권 보호단체 면담부터 납북자 가족, 외국 장관 면담까지 다양한 공개 일정을 선보이며 정책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과감하게 내보내고 있다. 취임 초 조용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대통령실 직원이 찍은 사진만 배포하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비판적 여론도 함께 거세지는 게 대통령실의 딜레마다.


4월 공개행보만 12차례… 닷새 연속 단독일정 소화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달 들어 총 12건의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11~17일엔 일주일간 단독 행보를 했다. 눈에 띄는 건 현안 발언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일엔 납북·억류자 가족을 만나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보훈 메시지를 냈다. 최근 동물권 보호단체와의 비공개 오찬에선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책 메시지도 냈다. 실제로 발언 이틀 만에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태영호, 조수진 의원이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 여사는 15일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을 만나 양국의 동물권 진전을 위한 정책 교류 필요성도 언급했다.


아슬아슬 발언 수위·알쏭달쏭 보도 사진 논란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는 약자와 동행, 동물단체, 환경 관련 행사 등 여백을 김 여사가 채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국에서도 대통령 배우자가 특정 어젠다를 전담해 정책 행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김 여사의 한 측근은 "(각종 이슈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행보와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개 식용 정부 임기 내 종식", "정부가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에 힘써야 한다" 언급 등은 비선출직인 대통령 배우자가 정부 정책에 관여한 월권 아니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대선 때 약속했던 '조용한 내조' 원칙이 어디 갔느냐는 것이다. 대통령 부부의 행사 일정을 담당하는 의전비서관직에 최근 김 여사와 가까운 인사로 평가되는 김승희 선임행정관이 기용된 것도 논란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영부인의 최측근 의전비서관이 국가 정상 간 가장 중요한 회담의 성과를 지키고 국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너무나 우려스럽다"고 직격했다.


'영부인 없는 대통령실' 불가… 공적 보좌 기구 만들어야

김 여사 행보가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비화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다. 가령 지난달 31일 김 여사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관람차 탑승 장면을 공개한 게 '화보 사진'이라는 비난을 샀다. 순직한 경찰의 자녀를 김 여사가 억지로 안고 사진을 찍었다는 일부 비난은 아이가 뇌성마비 장애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빚어진 오해로 밝혀졌지만, 과잉 홍보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 홍보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일견 동의하지만, (눈치가 보여) 대통령실에 수정을 건의하는 게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영부인 없는 대통령실'은 이미 파기된 만큼, 공적보좌시스템을 구축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제2부속실을 폐지한 후 부속실 내에 김 여사를 보좌할 담당자를 두긴 했으나, 역할이 모호하고 부서 간 소통도 잘 되지 않아 일정 기획·메시지 전달에 실수가 잦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제2부속실을 설치해 공적 라인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진 후 영부인의 활동이 정돈되면, 국민들이 갖는 비선 권력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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