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마, 산불이 할퀸 우리 숲 [기고]
봄이 돼도 마음이 무겁다. 강릉 산불로 170㏊의 산림이 불탔고, 올해만 벌써 11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대형 산불이 연중 내내 발생하고, 이 같은 일이 앞으로는 더욱 빈번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현실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올해는 우리 국토에 대한 녹화가 본격 추진된 지 50년 되는 해다. 1973년부터 시작한 치산녹화 사업으로 우리는 세계 4대 산림 강국이 됐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으로 파괴돼 1950년대엔 국토 58%가 사막화를 걱정해야 했지만, 국민적 노력으로 국토 면적 대비 산림 면적 비율(산림률)이 63%(2019년)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은 훌륭한 성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의 산림녹화 기술과 경험은 이제 인도네시아, 몽골, 미얀마 등 20여 개국으로 전수되는 중이다. 기적에 비유되는 대서사다.
산불로부터 위협받는 것은 산림뿐만이 아니다. 반세기 동안의 국토 녹화 과정에서 쌓은 산림 강국 이미지도 타격받는다. 지난해 세계산림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그 후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산불 예방과 재난극복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큰 피해를 기록한 울진 산불 때 산림청과 함께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임직원이 십시일반 피해지역에 성금을 전달한 것은 우리 숲을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올해엔 재난복구지원단 '포이가디언스'를 발족해 피해 현장을 지원하고 있고, 피해 주민과 진화 인력을 대상으로 심리 회복까지 지원하고 있다. 산림청, 두나무와는 시민참여형 환경보호 캠페인 '세컨포레스트와 함께하는 회복의 숲'도 기획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산림복지진흥원의 이 같은 노력에 함께하려는 국민과 기업을 보면서 또 다른 봄과 기적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세컨포레스트' 캠페인엔 2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해 피해목 제거, 식수 등 미션을 수행했다. 가상공간에서 심은 나무는 경북 울진지역에 약 3만 그루 이상의 나무로 실제 식재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엔 식품기업 대상과 함께 공기정화 식물 등 4,000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식목일엔 롯데칠성음료, 농협경제지주 임직원과 함께 'ESG 희망의숲 조성 나무심기 행사'를 통해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숲을 찾는 인구는 증가하고,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는 산림복지 역할과 기능은 확대된다. 산림복지진흥원이 사람과 산을 잇는 산림복지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진흥원의 노력만으로는 산림복지 국가를 이룩할 수 없다. 50년 전 그랬듯, 대한민국 전체가 이 대열에 합류하길 기대한다.
남태헌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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