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벌써 3명... 전세사기 피해자 잇따른 죽음 방치할 텐가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어제 숨진 채 발견됐다. 미추홀구 일대 전세보증금 125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 남모(61)씨의 전세사기 피해자다. 20대 남성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불과 사흘 만이고, 올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이들이 잇따라 삶을 내려놓는 결정을 하기까지 정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두 사람의 피해 상황은 흡사하다. 2019년 7,000만 원 안팎의 보증금에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2년 뒤 임대인이 2,000만 원가량 보증금 인상을 요구했다. 대출을 받아 간신히 재계약을 했지만, 얼마 뒤 두 사람 집을 포함해 남씨 보유 집이 무더기로 경매에 넘어갔다. 집이 낙찰돼도 이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은 한 푼도 없거나 미미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대 남성은 사망 닷새 전 어머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2만 원만 보내달라”는 말을 어렵게 했다고 한다. 사망 당시 그의 지갑 속 현금은 2,000원뿐이었다.
정부가 올 들어 임차인 피해 대책을 속속 내놓긴 했다. 악성 임대인 신상 공개, 안심전세앱 도입, 전셋집 낙찰 임차인 무주택자 자격 유지 등이다. 대부분 피해 예방을 위한 것으로 피해자 구제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앞서 2월 말 숨진 30대 피해자는 유서에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로부터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피해자들은 인천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넘쳐난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들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세사기 주택의 경매를 일시 중단하고, 국가가 일단 피해금을 선지원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은 피해자들이 삶을 포기할 정도의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집을 낙찰받으면 무주택자로 인정해주겠다는 정도의 대책은 너무 한가하지 않은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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