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으로서의 경제교육[MT시평]
금융감독원의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기간 중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가 총 22만 7126건으로 피해 금액은 1조 6645억 원에 이르렀다. 피해사례 유형 중에서 특히 대출을 빙자한 피해 건수가 전체의 58%를 차지하면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여기에 해당하는 피해 금액으로는 약 1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김민정·김은미(2020)의 '보이스피싱 피해 경험 및 영향요인 분석'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질 금리 등 관련 지식이 높을수록 보이스피싱 피해를 모면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연령이 많을수록 그리고 소득이 낮을수록 금융이해력이 낮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금융이해력 조사', 한국은행·금융감독원, 2022). 2021년 '전 국민 경제이해력 조사(KDI)'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저소득, 저신용자, 자활근로 사업자 등 소위 금융 및 경제 취약계층이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 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낮은 경제이해력 그리고 경제이해력의 격차 확대가 사회적 피해와 양극화를 확대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면 이에 대한 개선을 마련하는 방안은 우리가 함께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확대될수록 사회적 균형을 위한 경제적 비용이 많이 증가하고 나아가 경제의 혁신과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09년에 시행된 경제교육지원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의 경제활동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능력을 향상하는데 적합한 경제교육 내용이 마련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이 소비 생산 금융 등 경제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 지원토록 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공급되는 경제교육의 질적·양적 수준은 보이스피싱 피해의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의 경제 교육의 효과는 어떠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합한 경제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 취약계층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즉 자립 준비 청년, 결혼이주여성, 고령층의 자활근로 사업 참여자, 저신용자, 미혼모, 발달장애인 등 이들이 각각 처한 특수한 환경에서 일반적인 경제교육이 효과를 달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수요에 부합하지 못한 경제교육이 지속된다면 급변하는 경제환경이 취약계층에는 더욱 큰 벽으로 다가올 것이다.
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을 진행해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 현황 및 특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사회적 취약계층 별 특성을 반영한 현실적 내용으로 경제교육이 추진되어야 하며, 취약 계층별 맞춤형 경제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결혼 이주 여성의 경우엔 정착 주기를 고려한 경제교육을 편성하고, 자립 준비 청년의 경우엔 자립 과정에서 지속해서 발생하는 경제적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도록 한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의 경우엔 한국의 경제 제도와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높이도록 한다.
한편, 경제교육 방법의 하나로 게임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사용하여 각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가상 현실이나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통제된 환경에서 실제 시나리오와 프로세스를 모방하여 학습자가 다양한 결과를 연습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요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교육 방법 혁신이 정부와 민간 각각의 영역에서 더욱 활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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