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전채[생생확대경]

안혜신 2023. 4. 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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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015760) 채권, 일명 한전채가 다시 한번 자본시장의 '핫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료 인상이 무산되면서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법이 막막해진 한전이 채권 발행에 꾸준히 나서면서 이로 인한 자본시장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발행량이 늘어나는 한전채가 채권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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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채 한전채 발행 늘면서 채권시장 우려 커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 늘어나는데…한전채 부담까지
결국은 전기료 인상이 답…빠른 행동 나서야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한국전력(015760) 채권, 일명 한전채가 다시 한번 자본시장의 ‘핫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료 인상이 무산되면서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법이 막막해진 한전이 채권 발행에 꾸준히 나서면서 이로 인한 자본시장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채 발행은 한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전기료 인상을 하지 못하면서 생긴 적자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발행량이 늘어나는 한전채가 채권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연말에 경험했던 자금경색 사태 역시 시작은 한전채였다.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정용 전기계량기(사진 = 뉴시스)
한전채는 정부가 보증을 서는 트리플A(AAA)급 초우량채다. 사실상 부도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작년 이런 초우량채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유동성을 대거 흡수했다.

불똥은 회사채에 튀었다. 한전채에 수요가 쏠리다보니 일반 회사채는 높은 금리에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기업의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에는 자금 확충이 필요한 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은행채 역시 초우량물로 분류된다. 우량한 한전채와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약해진 채권 시장에 일명 레고랜드 사태가 더해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다.

최근 한전채 발행 상황을 보면 이런 위기감을 다시 갖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한전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의 채권 발행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들어서 발행된 한전채는 이미 9조원을 넘는다. 한전은 올 들어서만 1월에 3조2000억원, 2월 2조7000억원, 3월 2조9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이번 달에도 1조원 이상의 추가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2분기 들어서 수요예측 미매각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다. 당장 한전채가 작년만큼의 시장 자금경색을 불러올 요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임은 틀림없다. 아직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이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작은 물결 하나가 큰 파도로 번질 수 있다.

문제 해결 방안은 정해져있다. 전기료 현실화다. 정부가 여론 눈치를 보면서 이를 망설이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정부가 당장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면 이로 인한 후폭풍도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작년 한전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높아진 금리는 은행채 금리를 덩달아 높였고, 이는 결국 은행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과 가계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즉, 전기료 인상을 미루는 것도 결국은 서민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당장이냐 좀 더 시간을 버느냐의 차이다.

하반기부터 경기침체 본격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격에 예민해진 시장은 작은 충격도 큰 충격으로 인식할 수 있다. 누구도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경색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전채로 인한 자금경색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더라도 피할 수 있는, 예고된 위험은 피하고 보는 것이 맞다.

심지어 전기료 인상을 미루면서 나타날 수 있는 후폭풍은 결국 서민을 위한 길도 아니다. 정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할 때다.

안혜신 (ahnh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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