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4년 만에 대북전담 차장 부활
국가정보원이 최근 2009년 이후 사라진 대북 전담 차장 직제를 부활하고, 2차장에게 이를 맡기는 직제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김규현 국정원장은 최근 해외 파트와 북한 파트를 함께 담당하던 1차장 관할 업무 가운데 북한 관련 부분을 떼어내 2차장 산하로 변경했다. 국정원 2차장은 그동안 대공 수사 업무를 주로 맡았지만, 1차장이 하던 대북 정보 분석과 대북 공작 등의 업무를 넘겨받아 북한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대북 업무의 전문성과 집중도를 높이는 취지라고 한다. 1차장은 북한 분석 업무에서 손을 떼는 대신 기존에 해오던 해외 정보 분석과 해외 공작 이외에 경제 안보, 대테러·방첩(보안), 공개정보센터 등을 새로 담당하게 됐다고 한다. 3차장은 기존 그대로 과학 정보·사이버를 담당한다.
국정원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주로 3차장이 대북 업무를 총괄했다. 1차장이 해외, 2차장이 국내, 3차장이 대북 관련 업무를 전담해 3차장이 대북 담당 차장으로 불렸다.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차까지만 해도 대북 전담 3차장 직제가 유지됐으나, 2009년 원세훈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은 대북 전담 차장 직제를 없애고 1·2·3차장 업무를 기능별로 분장하는 개편을 했다. 이후 국정원 직제는 1차장이 해외와 북한을 함께 담당하는 등 큰 틀에서 이런 골격을 유지해 왔다.
전직 국정원장 인사는 “대북 전담 차장이 없어진 이후 국정원의 숙련된 북한 전문가들이 여기저기 흩어졌는데 이들을 다시 끌어모아 대북 차장을 중심으로 북한 정보 수집ㆍ분석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직 국정원 3차장 출신 인사는 “북한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총괄하면 전담 차장 체제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그간 직제 개편이 이뤄질 때마다 인적 개편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아직 인적 개편을 말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일부 차장의 보직 변경 및 인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서는 유동적”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