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봉투 녹취록 증거 안 나왔으면 지금도 “정치 보복”이라 할 것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 자체 진상 조사를 포기하고 검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의뢰했다.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도 요청했다.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나온 공식 사과다. 돈 전달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녹취록에는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등 지어냈다고 볼 수 없는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민주당 의원조차 “눈 감고도 내가 아는 분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겠다” “이게 조작됐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 초기 민주당 관련 의원들은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이 터지자 갑자기 압수 수색했다”며 기획 수사 가능성도 제기했다. “300만원 갖고 그랬겠냐” “녹취도 조작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그동안 숱한 ‘가짜 뉴스’ ‘괴담’을 만들고 퍼날랐지만 제대로 사과한 적이 거의 없다. 명백하게 허위로 판명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은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 농성장에 영문 모르는 일본 의원을 데려다 사진 찍고 ‘한일 연대 농성’이라고 했던 김용민 의원도 사과 하지 않았다. ‘역술인의 대통령 관저 결정 개입’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같은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사과한 적이 없다. “몸이 전자파에 튀겨진다”던 사드 괴담, 천안함·세월호 고의 침몰설까지 상식을 벗어난 비과학적 주장을 하고도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이번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통화 녹취록이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태도를 보면 그렇게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대표가 늦게나마 국민 앞에 사과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이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보다 훨씬 심각한 자신의 의혹에 대해선 사과한 적이 없다. 아직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미안하다면 돈 봉투 문제를 ‘정치 보복’이라고 국민을 속이려 했던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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