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도 감사원 감사도 가능...‘무소불위’ 핼러윈 특조위
특조위 하기도 전에 특검 못박아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작년 10월 발생한 핼러윈 참사의 진상을 재조사하겠다며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이번 주 발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법안에 특검 수사 실시를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특검 수사부터 예고해 놓은 것이다. 법안에는 특조위가 원하면 언제든지 검경 수사, 감사원 감사, 청문회 등을 동원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식이면 핼러윈 참사 역시 2014년 발생 이후 8년간 정치적 고비마다 9차례 수사와 조사를 반복했던 세월호 참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17일 입수한 48쪽짜리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해당 법안에는 “특별조사위원회는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언제든지 국회에 이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국회 상임위는 특검 요청이 있은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이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했다.
사실상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주도로 핼러윈 참사에 대한 특검 수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검찰에 압수 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하거나 감사원에 감사도 요구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조위에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2일 “야 3당이 힘을 합치면 법안 통과를 위해 사용할 방법이 굉장히 많다”며 “국민의힘이 쓸데없이 지연시키거나 막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태원참사대책본부장’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는 이날까지 100여 명의 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동참했다.
작년 10월 발생한 핼러윈 참사는 경찰 특수본 수사와 55일간의 국회 국정조사가 1월까지 이어지며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이 탄핵되고 용산구청장·경찰서장이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안에서 “재난관리 책임기관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유족들 역시 국회에 제출한 입법 청원에서 “경찰 특수본 수사는 꼬리 자르기 수사였고, 국회 국정조사는 반쪽짜리였다”고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 3당은 이번 ‘이태원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최대 1년 6개월간 특조위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기간을 설정하고 그 안에 특조위가 원하면 언제든지 특검·검경 수사·감사원 감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았다. 특조위가 검찰에 압수수색을 하라고 직접 의뢰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특조위 조사위원부터 야당 주도로 앉힐 수 있게 했다. 법안에 따르면 특조위 조사위원은 모두 17명인데, 여·야·유족이 3명씩 추천해 만든 추천위원회에서 조사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야당과 유족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구성된 특조위는 진상 규명을 위한 각종 자료 및 물건의 제출 명령, 동행 명령, 검·경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 감사 요구, 청문회 등을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검찰에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라고 직접 의뢰할 수도 있고, 법무장관에게 특정인에 대한 출국 금지도 요청할 수 있다.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거나 불송치, 수사 중지된 사건 등의 조사 기록까지 모두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특조위 업무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특별법은 그 밖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고 피해자 및 유족에게 간병비 등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추모위원회’도 만들어 추모공원과 추모기념관 역시 설치하도록 했다.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경찰 특수본은 지난 1월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군중 유체화 현상이 일어났고 순차적으로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국회 국정조사 특위를 가동했지만, 새로 밝혀낸 것은 없다. 그런데도 법안은 핼러윈 참사의 원인 및 책임 소재, 국가 기관의 정책 결정과 행정 조치의 적정성, 수습·복구 과정에서의 사건 은폐, 피해자 권리 침해 여부 등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거의 대부분이 경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다뤘던 내용들이다. 핼러윈 참사의 특성상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특조위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조위 조사는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도 8년간 9차례에 걸쳐 검·경 수사, 국회 국정조사, 특조위 조사, 특검 수사 등이 반복됐다. 그때마다 민주당과 유족들이 제기했던 숱한 의혹들에 대해 이들이 원하던 수준의 답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미 국회 국정조사를 할 때부터 “유족들을 위한 ‘한풀이’ 성격도 있는 것”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핼러윈 참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만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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