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이 땅에서 만들어, IRA(Inflation Reduction Act)
미국이 강력한 IRA(Inflation Reduction Act)를 실행 중이다. 전 세계 엄청난 산업경제 지도를 바꾸고 있다. IRA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막으려는 명분으로 마련된 법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나라(땅)에서 만들어진 소재 부품 장비, 그리고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제품만을 쓰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전통적 혈맹임에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여서 어쩌면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세계가 초연결 사회로 연결된 이 시점에 IRA는 글로벌 세계 경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에서 무역 비중이 80%가 넘고, 중국과의 무역 경제가 25% 이상이 되기에 두 패권국가 사이에서 정말 힘든 상황에 놓였다.
사실 과학, 공학기술이 바탕이 되는 최첨단 스마트 폰과 전기자동차 등은 소재의 특수성과 설계기술, 제작기술이 복잡해 대부분 한 국가나 한 회사에서 다 맡아서 할 수 없다. 특히 각 부분에 소요되는 인건비의 비중 증대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싸게 제작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미국은 코로나19 이후의 자국 불경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첨단기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의 반발에도 IRA를 실행한다.
IRA를 실행하기 전에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이 자신의 나라(땅)에서 설계부터, 소재 공급, 부품화, 조립 제작되면 이 제품의 공급망 전주기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지 않아 가장 이상적인 상품이 된다. 일자리도 자국 안에서 독점적으로 만들어지고, 저가로 생산한다면 완벽한 조건이 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경험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이 갑작스럽게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를 실행해 우리나라 전자산업 전체에 큰 혼란을 일으켰고, 동시에 중국과는 디젤자동차 요소수 수출 중단 문제로 물류산업에 일대 혼란이 있었다. 이때 우리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핵심기술 제품의 공급망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최근의 산업기술발전은 급속도로 진행된다. 후발 국가들은 기술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엄청난 개발비, 인력을 투입하지만 개발난이도가 높거나 속도가 빠른 것은 포기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세계 4위권에 있지만, 1960년대, 70년대 자동차 산업을 일으킬 때 자동차 선진국의 견제가 상당했고, 엄청난 무시를 받았다. 자동차 선진국에서 저임금으로 자신들의 제품만을 생산하라는 강력한 요구를 거절하고, 우리만의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던 분이 바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자동차산업 핵심이라는 엔진부분과 구동부품 자동변속기 개발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중단과 미국에서 실행하는 IRA 문제에서 핵심 기술의 완전 국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필자는 자동변속기 국산화에 대한 일화를 직접 들었다. 거의 30년 전 일이었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는 자동변속기 부품에 대한 일본 의존성을 끊기 위해 당시 자동차 부분을 책임지고 있던 정세영 회장을 비롯한 개발 관계자들에게 모든 것을 당장 “이 땅에서 만들어!”라고 소리치며 불호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 땅에서 만들어, 이게 바로 지금 미국이 실행하는 IRA인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현대자동차가 세계 4위가 된 것이고 미래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자율자동차 부분에서 세계 주목을 받는 것이다.
지금의 과학기술, 산업기술은 인류 역사상 최정점에 이르고 있다. 컴퓨터 전자산업은 초고속인터넷, 스마트폰 시대를 지나 챗GPT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됐고 조만간 인간을 대신할 로봇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다. 30년 전에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었던 정주영 회장의 “이 땅에서 만들어”는 이러한 자국 이익 우선 시대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궁극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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