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올해 80% 급등… “포모 심리 주의보”

김수연 기자 2023. 4.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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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뒤 ‘투자 피난처’ 주목
내년 ‘반감기’ 앞둬 추가 상승 기대감
가상자산 피해상담-신고 48% 증가
거래소 지닥 200억원 해킹 피해도
대학생 A 씨(23)는 2021년 초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자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에 3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해 5월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며 원금의 20%도 건지지 못했다. 이후 주식에 집중하던 A 씨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랠리를 보고 재진입을 결정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80% 상승하는 등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다시금 가상자산 투자시장을 엿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커진 데다 최근 은행 위기로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투자 피난처’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된 잡음도 끊이지 않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 10개월 만에 3만 달러 넘긴 비트코인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1% 떨어진 2만9984달러(약 393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10개월 만에 3만 달러(약 3933만 원)를 돌파한 뒤 해당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만6500달러대였던 연초 대비 80% 이상 급등한 셈이다. 이더리움도 24시간 전 대비 0.1% 오른 2099달러(약 275만 원)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이 2000달러(약 262만 원)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가상자산 가격의 상승에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이어진 최근의 은행 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등 전통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오히려 비트코인을 매력적인 대체 투자처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SVB가 파산한 지난달 10일 이후 이날까지 50% 가까이 올랐다. 크리스 버니스키 전 아크인베스트먼트 가상자산부문 총괄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글로벌 은행들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지금 같은 시점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세를 부추겼다. 시장에선 물가상승세가 둔화됨에 따라 미 연준이 5월 한 차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위험자산인 가상자산은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가격이 오른다.

● 가상자산 투자 피해 유의해야

비트코인 채굴량 반감기도 호재로 꼽힌다. 비트코인은 내년 4∼5월 중 반감기를 앞두고 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보상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시장에 나오는 비트코인 양도 감소시켜 가격 상승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분석돼 왔다. 실제로 2020년 5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 2021년 11월 역대 최고가인 6만8790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홍콩이 올해 6월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주목되는 이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9일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GDAC)이 약 200억 원의 해킹 피해를 입기도 했다.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3월 가상자산 투자 관련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5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47.5% 늘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 ‘나만 못 벌었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방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장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여 국제 정세나 다른 자산의 추이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미 정부가 지난달 14일 압수한 비트코인 5만여 개 중 9861개를 매도했고, 올해 중으로 남은 비트코인 4만1490개를 4차례에 걸쳐 청산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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