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93.2%, 23연승… 철옹성 돼가는 신진서 왕국
“80회 우승·50연승이 목표” 긍정 마인드로 승승장구
누가 그를 막아설까. 돌을 옮길 때마다 승리가 쌓이고, 발걸음을 뗄 때마다 자신의 땅으로 만든다. 바둑계가 온통 스물셋 청년 신진서 9단 천하로 굳어져가고 있다.
신진서는 17일 한국기원서 벌어진 2023 YK건기배 본선리그서 박정환(30) 9단을 131수 만에 흑 불계로 제압, 연승 행진 숫자를 23으로 늘렸다. 2월 16일 이후 약 2개월 동안 한 판도 지지 않았다. 이 기간 단 2판을 제외한 21국을 불계(不計)로 장식했다. 대부분 중도에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뜻이다.
이날도 그는 중앙 전투에서 백이 한 차례 방향 착오를 범하자 즉각 응징, 단 60수 무렵 우세를 잡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초반 만만치 않은 형세였는데 끊는 수로 중앙이 두터워져 이길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대국에 바둑계 이목이 쏠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신진서가 아직 우승을 못 한 거의 유일한 무대란 점이 꼽힌다. 세계 기전 3개, 국내 타이틀 5개 등 8관왕으로 군림 중인 그가 YK건기배마저 정벌한다면 생애 첫 9관왕에 오르게 된다.
이날 대국이 랭킹 1·2위 간 격돌이란 점도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결과는 신진서가 최근 7연승 포함 36승 23패로 간격을 더 벌리는 것으로 끝났다. 신진서는 4연승으로 리그 선두에 나서면서 1·2위가 펼칠 결승 5번기 진출이 유력해졌다.
신진서가 작성 중인 각종 기록들은 경탄을 넘어 공포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짜릿한 것은 승률 부문. 현재 41승 3패로 93.2%다. 일본 사카다(坂田榮男)가 1964년 수립한 세계 기록 93.8%(30승 2패)에 바짝 다가섰다.
신진서의 질주는 승률에만 그치지 않고 연승·다승 등 다른 기록 부문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23연승으로, 2020년 작성한 자신의 최다 연승 기록(28연승)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 초 신진서는 TV 인터뷰에서 “50연승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다승(41승) 부문 역시 넉넉한 선두여서 2년 연속 ‘기록 3관왕’ 등극이 유력하다. 그는 이날 대국 후 “곧 이어질 외국 강자들과의 대결서도 이겨 기세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백홍석 9단은 신진서의 최근 활약에 대해 “전성기 이세돌 9단과 박정환 9단을 합친 것 같은 완전체로 가고 있다”고 평한다. 치열함과 완벽함을 대표하는 두 강자의 장점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체화(體化)해 냈다는 뜻이다.
통산 우승 횟수 30회로 역대 6위인 그는 조훈현(160회) 이창호(140회) 이세돌(50회) 박정환(34회) 서봉수(32회) 등 선배들에게 이 부문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100회 우승은 힘들 것 같고, 80회 정도는 해보고 싶다”고 했다. 30회 우승 달성 나이는 23세 1개월로. 이창호(18세 6개월)보다는 늦지만 박정환(26세 9개월)보다는 빠르다.
신진서 연승 행진의 원동력은 긍정 마인드다. “자주 이기다 보니 부담감이 줄고, 부담감 없어 두다 보니 이기는 것 같다.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승리->부담감 감소->승리의 선순환 속에 신진서 왕국은 철옹성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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