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은 INTJ” 기업 성격도 MBTI로 분류

권순완 기자 2023. 4.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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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증권, 새로운 방식 기업 분석 보고서 내놔

“저는 주로 내실있지만 저평가된 ISTJ형 회사에 투자합니다.”

이젠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뿐만 아니라, 본인이 투자한 기업의 성격을 MBTI(성격 유형 검사) 타입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MBTI 분류를 모방한 ‘기업 MBTI’ 분류 방식이 금융투자 업계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MBTI 열풍’이 자본시장에도 새로운 시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7일 금투 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MBTI 형식으로 기업 성향을 분석한 종목 보고서를 내고 있다. MBTI는 원래 사람의 성격을 사고형·감정형 등 기준으로 16가지로 나누는 검사 방법이다. 그런데 이를 모방해 기업의 성장 방향과 주목도 등을 기준으로 역시 16가지 종류로 구분한 것이다. 상상인증권 관계자는 “전문 용어와 각종 그래프 등이 많아 현학적이고 딱딱한 기존 보고서를, 일반 투자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바꿔보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기업도 내향형(I), 외향형(E) 나눠

‘기업 MBTI’의 일부 기준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MBTI와 닮았다. 기존 MBTI에선 사람을 내향형(I)과 외향형(E)으로 나눈다. 기업 MBTI에서도 기업의 ‘성장 동력’이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에 따라 각각 ‘I형(internal)’과 ‘E형(external)’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률 같은 기업 내부 지표의 개선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은 I형이고,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 등 외연 확장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은 E형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기준을 적용했다. 원래 MBTI에서 사람을 감각(S·sensing)형과 직관(N·intuition)형으로 나눈 것을, 기업 MBTI에선 ‘기존 사업 강화’(S·strengthen)형인지, ‘신사업 추진’(N·new business)형인지로 나누는 등이다. 예컨대 국내 시장 위주로 매출을 올리는 게임 업체가 최근 새 게임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면, 그 기업은 ‘N형’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밖에 현재 시장의 관심을 적게 받는 기업(T)과 많이 받는 기업(F), 실적 예측이 쉬운 기업(J)과 어려운(P) 기업으로 나누었다.

◇교촌은 INTJ, 현대이지웰은 ESTJ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총 5곳 기업의 ‘성격 유형’을 검사해봤더니 4개 타입(2곳은 중복)으로 골고루 분포됐다. 그중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F&B는 ‘INTJ’형으로 분류됐다. 육계 가격 등에 연동된 내부 수익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형 성장(I)’형이고, 최근 소스와 수제맥주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 중이라 ‘신사업(N)’형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닭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며 시장 관심이 식었지만(T), 국내외 점포 수 확대 계획으로 향후 실적 개선을 예측할 수 있다(J)는 이유다.

디스커버리 등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기업 F&F는 최근 해외시장에서 기존 브랜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E형(외형 성장)’과 ‘S형(기존 사업 강화)’이 포함된 ‘ESFJ’로 구분됐다. 그 밖에 키즈 콘텐츠 기업 SAMG엔터는 ‘ENFJ’, 복지전문기업 현대이지웰은 ‘ESTJ’, 펫푸드 전문제조업체 오에스피는 ‘ESFJ’ 등이었다.

상상인증권의 기업 MBTI 분석 보고서엔 기존 보고서에서 필수 요소였던 ‘목표 주가’와 ‘투자 의견’이 없다. 목표 주가를 넣게 되면 결국 ‘목표 주가가 높냐 낮냐’에 이목이 쏠려, 원래 의도한 기업 유형 분석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 의견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업 MBTI’ 보고서 5건 중 3건을 쓴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애초에 기업 전망이 양호한 기업들을 보고서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모두 ‘추천주’”라며 “다만 기업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보고서를 썼다”고 말했다.

금투업계에선 이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다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복잡다단한 특성을 16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한다는 위험이 있지만, 해당 기업의 전반적 성격에 대해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관 투자자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이 도움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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