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2] 매우 섬세한 사람
자녀가 ‘상담’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데 타인의 고통을 너무 깊이 받아들이는 편이라 걱정이란 고민을 들었다. 실제로 공감은 상담의 핵심 요소지만, 과도하면 상담 피로도도 크고 상담받는 사람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과정도 어렵게 한다. 공감 능력에 장단점이 함께 있하는 것이다.
한 대학생이 ‘ADHD,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당연히 마음에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퍼포먼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필요할 경우 치료하면 되는 것이고, 스스로를 진단명에 묶어 한계를 두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미래 확장 가능성을 가둘 수 있다고 답했다. 산만하고 싫증을 잘 내는 특징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멀티 태스킹이 잘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울이란 감정도 불편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마음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다.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예를 든다면 자기 성찰이 앞서지 않는 훌륭한 창조적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의학적 증상은 당연히 현대 의학이란 무기를 활용해 필요하면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내 심리적 특징이 동시에 갖는 장단점 또는 이중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개인마다 타고난 다양한 특별함이 있는 것은 ‘신경적 다양성(neuro-diversity)’이 우리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5명 중 1명 정도로 추정되는 ‘매우 섬세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HSP)’이다.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예민도가 특별하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은 놓치는 상대방 얼굴에서 잠깐 비치는 감정 표현을 놓치지 않는다. 업무적으로 공감 소통 및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 상사에게 높이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섬세하다는 것은 쉬지 않고 주변 정보를 수용하고 해결하려는 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특히 결정이 쉽지 않은 복잡한 상황에선 과몰입으로 탈진이 오고 감정적 불안정성을 보일 수 있다. 일 잘하던 직원이 갑자기 격한 소통으로 관계 갈등을 만들고 휴직, 퇴직 등을 이야기할 때 HSP 타입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예민한 자신이 한심하다고 고민하는 이를 많이 본다. 예민한 것이 아니고 섬세한 것이다. 섬세한 것은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 측면에선 더 진보한 특화 시스템으로 결함이 아닌 장점이다. 고성능이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을 뿐이다. 그런데 고성능이니 더 잘 쉬는 것이 중요하고, 지친 상황에선 너무 복잡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은 좀 미루는 지혜가 필요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어·수학 쉬워 1등급 컷 올라... 탐구 영역이 당락 가를 듯
- 트럼프 도피? 4년 4억에 가능... 美크루즈사가 내놓은 초장기 패키지
- [만물상] 대통령과 골프
- WHO "세계 당뇨 환자 8억명, 32년만에 4배 됐다”
- 제주 서귀포 해상 어선 전복돼 1명 실종·3명 구조... 해경, 실종자 수색
- “계기판 어디에? 핸들 작아”... 이혜원, 사이버 트럭 시승해보니
- 의대생 단체 “내년에도 ‘대정부’ 투쟁”…3월 복학 여부 불투명
- “죄를 만들어 선고” vs “대한민국 만세”…판결 순간의 서초동
- “명태균, 창원산단 후보지 주변 땅 권유”...민주당 의혹 조사
- 부천도시공사 소속 40대 직원, 작업 중 15m 아래로 추락해 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