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슈거’ 소주, 제로 믿고 자꾸 마시다간 살 더 쪄요

송혜진 기자 2023. 4. 18.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가당’ ‘제로’ 제품의 불편한 진실, 칼로리 ‘0′ 아닙니다

‘설탕을 뺐다’는 꼬리표가 붙으면 일단 잘 팔린다. 설탕을 넣지 않았거나 칼로리가 조금이라도 낮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주 시장에선 ‘제로(Zero·0)’를 표방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됐고, 탄산음료는 물론 커피·차·에너지 음료까지 무가당(無加糖), 제로 제품이 앞다퉈 나오는 추세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재작년 우리나라 ‘제로 슈거’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189억원으로 5년 전보다 142% 커졌다. 작년엔 3000억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제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무조건 칼로리가 ‘0′이거나, 탄수화물이 아예 없다고 오인해선 안 된다. 또 제로 음료·소주라고 해서 단맛을 내는 성분이 아예 들어가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름의 함정’을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제로 슈거’의 함정

제로 슈거 소주란 쉽게 말하면 기존 소주에 넣었던 과당(果糖) 대신 대체 감미료를 넣은 제품이다. 본래 과당은 꿀이나 달콤한 과일에 들어 있는 단당류다. 우리가 흔히 시중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희석식 소주는 95%의 알코올로 이뤄진 주정에 물과 소량의 감미료를 섞어서 만든다. 감미료로 넣는 과당은 무색무취의 주정 맛에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제로 슈거 소주는 기존 소주에 넣던 과당을 빼고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를 넣은 것이다. 업계에선 흔히 제로 슈거 음료를 만들 때 인공적으로 합성한 합성 감미료인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 천연당 알룰로스, 당알코올 에리스리톨를 쓰는 편이다. 제로 슈거 소주를 만들 땐 이 중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을 보통 사용한다. 소주 제조사는 설탕을 뺐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단맛이 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주정 특유의 냄새를 가리고, 어느 정도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맛을 가미해야 한다”고 했다.

주당들이 제로 소주에 열광하는 이유엔 술을 마셔도 살이 덜 찔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한다. 그러나 제로 소주에 과당을 빼는 대신 다른 감미료를 넣는다고 해서 칼로리가 확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류의 칼로리는 과당보다 알코올에서 주로 나오기 때문이다. 통상 알코올 1g당 칼로리는 7㎉ 수준. 16.5도짜리 제로슈거 360mL 한 병에 보통 47.52g 정도의 알코올이 함유됐다.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제로 슈거 소주 한 병(360mL)을 다 마시면 330㎉ 정도다. 제로 슈거가 아닌 일반 소주 한병의 칼로리가 40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칼로리로만 따지면 일반 소주 두 잔 정도 덜 먹는 정도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문인영씨는 “제로 슈거 소주 한 병도 칼로리만 봤을 땐 공깃밥 한 그릇(300㎉)과 비슷하다”면서 “특히 기름지고 짠 안주와 같이 먹는다면 기존 소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칼로리 낮다고 맘 놓고 마셔선 안 돼

소주뿐만 아니라 탄산·커피·에너지 음료 역시 ‘제로’ 라벨이 붙었다. 당 수치가 높아서 식이 조절이 필요한 사람, 혹은 당뇨 환자들에겐 제로 음료가 늘어나는 것이 반가울 수 있다. 칼로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로 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보통 250mL짜리 한 캔에 100㎉ 안팎인 일반 탄산음료를 마실 때보단 아무래도 낫기 때문이다.

김지혜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그러나 “제로 음료가 당뇨 환자에겐 단기적으로는 괜찮을 수 있지만 많이 마시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장기적인 혈당 개선 효과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섭취하는 것은 또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로’ 음료라고 해서 무조건 0㎉인 것도 아니다. 제로를 표방하는 무가당 음료도 대부분 단맛의 정도와 특성에 따라 각종 대체 감미료를 섞기 때문에 소량이라도 칼로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가령 롯데칠성음료에서 판매하는 ‘탐스 제로’(600mL)는 제품 전면엔 ‘제로 칼로리’라고 쓰여 있지만, 제품 영양 정보가 적힌 뒷면을 보면 10㎉라고 적혀 있다. 대체 감미료(알룰로스)를 11g 넣었기 때문에 생겨난 칼로리다.

대체 감미료의 하루 섭취 허용량을 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알룰로스의 1일 섭취 허용량은 54g 정도. 스테비아의 1일 섭취 허용량은 50g이다. 제로 음료라고 해서 하루 6~7캔씩 마신다면 대체 감미료 하루 섭취 허용량을 초과하게 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