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만 훨훨… 3N은 왜 1N 독주체제가 됐나
이른바 ‘3N’으로 일컬어지던 한국 대표 게임업체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넥슨이 독주하는 가운데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1N과 기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최근 공시한 작년 실적에 따르면 넥슨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넷마블은 10년 만에 적자 전환을 했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실적이 전년 대비 반등했지만 신작 출시 연기와 기존 주력 게임 매출 감소로 내달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8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견 게임사들의 실적은 대폭 개선되면서 기존 게임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14일 스마일게이트 그룹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대표작 로스트아크의 글로벌 흥행 등으로 작년 1조5771억원의 매출과 64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까지 약진하면서 게임 업계가 1강 5중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홀로 독주 넥슨, 비결은 신작 히트와 자체 IP
작년 매출 3조3936억원, 영업이익 995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넥슨은 올 1분기에도 이 같은 매출 성장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작년 내놓은 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HIT2가 흥행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에 내놓은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라시아전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충성 유저가 많은 메이플스토리와 FIFA 온라인 등 신작이 나올 때마다 흥행이 보장되는 시리즈가 많다는 점도 넥슨의 꾸준한 매출 요인이다.
다른 게임사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적은 사업 구조도 넥슨의 장점이다. 넥슨은 모바일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PC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PC와 모바일의 비중이 6대4 정도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결제 시 구글이나 애플 등에 떼어줘야 하는 수수료 30%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넥슨 관계자는 “자체 게임 시리즈가 많고 PC 게임의 비중이 높아 다른 게임사들에 비해 영업이익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2N 상황은 암울
반면 넷마블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넷마블은 작년 영업손실 1086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넷마블은 자사 캐릭터나 IP(지적저작권)를 활용한 게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리니지2 레볼루션처럼 타사 IP를 차용한 게임이나 일본 만화, 인기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의존도가 높아 매출의 약 15%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게임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매출의 30%는 구글과 애플에 지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100원을 벌어도 30원은 애플·구글에, 15원은 타사에 지급해 결국 손에 쥐는 돈은 절반 정도”라고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나혼자만레벨업, 아스날연대기 같은 신작 출시가 예정돼 있고 작년 말부터 중국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받은 게임이 많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표작 리니지에만 기대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상황도 암울하다. 엔씨는 작년 매출의 80%가 모두 리니지 관련 게임에서 나올 정도로 리니지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리니지와 설정이나 게임 진행 방식이 비슷한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리니지2M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 게임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3위를 유지하며 리니지 시리즈를 앞질렀다. 유진투자증권은 17일 “신작이 부재하고 기존 주력 모바일 게임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엔씨의 실적 부진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씨 관계자는 “이용자층 확대를 위해 MMORPG 이외에 배틀크러쉬, 프로젝트G, 퍼즈업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게임이 연내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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