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환경공멸 자초할 ‘강원특별법’
“202×년 ×월 강원도지사와 강원도의회는 설악산과 인접한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모두 ‘협의(동의)’ 의견을 보냄으로써 허가했다. 기존 케이블카와 환경부가 무리하게 허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외에도 3개 이상의 케이블카를 허가한 것이다. 강원도지사와 도의회는 같은 날 강원도 내 백두대간보호구역도 대거 해제해 개발을 허용했다. 주민 반대가 심했던 석탄화력발전소도 쉽게 허가가 떨어졌다. ‘희대의 악법’으로 불리는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개정되기 전까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위에 적어놓은 가상의 ‘환경재앙’들은 현재는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적거나, 지자체 등이 추진한다 해도 강한 반발에 부딪힐 만한 사안들이다. 허가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어 지자체가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이 현재 내용대로 통과되는 순간 이 가상의 상황들이 실현되는 디스토피아가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큰 우려를 낳는 독소조항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환경부에서 도지사로 이양하는 것이다. 백두대간보호지역 해제처럼 산림생태계 보전에 있어 중요한 권한뿐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 지정과 관련된 권한마저 도지사에게 이양되는 것 역시 문제다.
단적인 예를 들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김진태 도지사가 설악산·오대산에 복수의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해 국립공원을 파괴하고, 상수원보호구역을 대거 해제해 수도권, 경상권 주민의 식수 안전을 위협해도 제지하기가 힘들어진다. 김 지사는 지난 2월 한 라디오방송에서 “(특별법이 개정되면)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제가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아주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설악산 생태계에 불가역적인 악영향을 줄 케이블카가 ‘친환경적’이라는 발언은 ‘강원도 난개발’이라는 환경재앙을 기어이 일으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안 그래도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는 강원도 생태계가 강원특별법 개정안으로 인해 누란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된 후 제주도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되면서 거의 모든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면제”(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원특별법 검토 보고서)되고, 불필요한 개발행위가 마구잡이로 추진되는 좋지 않은 선례가 나온 바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서도 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강원도가 추진, 허가할 ‘친환경적’ 사업들이 불러일으킬 논란은 도민들을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들에마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들은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한국환경회의가 성명을 통해 내놓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특별법 개정안은 공멸을 자초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현명한 이용, 즉 개발할 곳과 보전할 곳을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경고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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