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사가 美보스턴을 떠나지 않는 이유[특파원칼럼/김현수]
김현수 뉴욕 특파원 2023. 4.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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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미국 보스턴 바이오산업 취재차 매사추세츠공대(MIT) 옆 켄들스퀘어 거리를 걷다가 어디서 많이 본 간판이 눈에 띄었다.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개의 연구개발(R&D)센터가 몰려 있고, 세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약 8%가 집중된 보스턴은 세계 최대 바이오 지식 산업단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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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기술 찾아 연구실 앞에 줄 서는 VC
‘창업의 꿈’ 이룰 수 있어 인재 몰려들어
‘창업의 꿈’ 이룰 수 있어 인재 몰려들어
지난달 말 미국 보스턴 바이오산업 취재차 매사추세츠공대(MIT) 옆 켄들스퀘어 거리를 걷다가 어디서 많이 본 간판이 눈에 띄었다.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실리콘밸리은행(SVB)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다들 SVB 파산 전에 돈을 빼느라 난리였다”고 전했다. 지금은 은행 위기의 상징이 됐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 윤활유 역할을 한 ‘특화 은행’이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에도 존재감이 컸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빽빽이 늘어선 MIT 연구센터와 모더나, 노바티스, 바이오젠 등 글로벌 기업 건물 사이에 벤처캐피털(VC)이나 금융사들이 즐비했다.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개의 연구개발(R&D)센터가 몰려 있고, 세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약 8%가 집중된 보스턴은 세계 최대 바이오 지식 산업단지로 꼽힌다. 성공 비결로 하버드대와 MIT 등 대학과 대학병원, 주정부와 국립보건원(NIH)의 막대한 투자가 꼽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를 숨쉬게 하는 VC의 존재는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
보스턴 바이오 혁신의 비결을 담은 책 ‘미래가 만나는 곳’ 저자 로버트 부데리 씨도 기자에게 “보스턴의 선도적 병원 시스템뿐 아니라 풍부한 VC, 경영대학원의 존재, 바이오테크 경영전문가들이 혁신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는 2010년 시작된 ‘메이드 인 보스턴’ 스타트업이다. 재미있게도 모더나의 출발은 유명 VC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의 한 프로젝트였다. 모더나의 공동창업자 누바르 아페얀은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창업 초기에 투자해 키우는 ‘액셀러레이터’를 넘어 창업 전 유망 기술부터 투자하는 새로운 개념의 VC로 80여 개 기업을 탄생시켰다.
실제로 보스턴 유명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는 VC들이 서성거리며 투자할 만한 기술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지난해 매사추세츠주에 투자된 VC 규모는 87억2000만 달러(약 11조 원)에 달했다. 그 덕분에 기업을 여러 개 창업한 교수들을 보기 쉽다. 모더나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 로버트 랭어 MIT 교수는 이미 40여 개 기업을 설립했다.
평생 연구에 몰입하면서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될 수 있고, 온갖 종류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있으니 전 세계 박사급 인재들이 몰린다. 서울대 박사 출신도 많았다. 정신건강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센소리움의 김진우 수석 컴퓨테이셔널 생물학자는 서울대 박사와 UC 샌디에이고 박사후 과정을 거쳐 2018년 보스턴에 왔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에 돌아갔다면 지금과 같은 연구를 지속할 곳이 있었을까 싶다”고 했다. 새로운 연구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수’ 외에도 갈 길이 많으니 한국계 박사들도 돌아올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제조업 기반 경제에서 지식산업으로 한 단계 뛰어올라야 하는 한국에 보스턴 바이오산업은 ‘탐나는’ 모델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멋진 건물을 짓고, 기업 몇 개 입주시킨다고 저절로 인재들이 몰리고 혁신 기술 개발이 시작되진 않는다는 것을 보스턴 바이오산업은 말해주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산업화하는 민간 투자 시스템과 인재 유치의 선순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준비해야 할 우리의 미래다.
현지에서 만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다들 SVB 파산 전에 돈을 빼느라 난리였다”고 전했다. 지금은 은행 위기의 상징이 됐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 윤활유 역할을 한 ‘특화 은행’이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에도 존재감이 컸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빽빽이 늘어선 MIT 연구센터와 모더나, 노바티스, 바이오젠 등 글로벌 기업 건물 사이에 벤처캐피털(VC)이나 금융사들이 즐비했다.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개의 연구개발(R&D)센터가 몰려 있고, 세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약 8%가 집중된 보스턴은 세계 최대 바이오 지식 산업단지로 꼽힌다. 성공 비결로 하버드대와 MIT 등 대학과 대학병원, 주정부와 국립보건원(NIH)의 막대한 투자가 꼽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를 숨쉬게 하는 VC의 존재는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
보스턴 바이오 혁신의 비결을 담은 책 ‘미래가 만나는 곳’ 저자 로버트 부데리 씨도 기자에게 “보스턴의 선도적 병원 시스템뿐 아니라 풍부한 VC, 경영대학원의 존재, 바이오테크 경영전문가들이 혁신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는 2010년 시작된 ‘메이드 인 보스턴’ 스타트업이다. 재미있게도 모더나의 출발은 유명 VC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의 한 프로젝트였다. 모더나의 공동창업자 누바르 아페얀은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창업 초기에 투자해 키우는 ‘액셀러레이터’를 넘어 창업 전 유망 기술부터 투자하는 새로운 개념의 VC로 80여 개 기업을 탄생시켰다.
실제로 보스턴 유명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는 VC들이 서성거리며 투자할 만한 기술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지난해 매사추세츠주에 투자된 VC 규모는 87억2000만 달러(약 11조 원)에 달했다. 그 덕분에 기업을 여러 개 창업한 교수들을 보기 쉽다. 모더나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 로버트 랭어 MIT 교수는 이미 40여 개 기업을 설립했다.
평생 연구에 몰입하면서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될 수 있고, 온갖 종류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있으니 전 세계 박사급 인재들이 몰린다. 서울대 박사 출신도 많았다. 정신건강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센소리움의 김진우 수석 컴퓨테이셔널 생물학자는 서울대 박사와 UC 샌디에이고 박사후 과정을 거쳐 2018년 보스턴에 왔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에 돌아갔다면 지금과 같은 연구를 지속할 곳이 있었을까 싶다”고 했다. 새로운 연구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수’ 외에도 갈 길이 많으니 한국계 박사들도 돌아올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제조업 기반 경제에서 지식산업으로 한 단계 뛰어올라야 하는 한국에 보스턴 바이오산업은 ‘탐나는’ 모델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멋진 건물을 짓고, 기업 몇 개 입주시킨다고 저절로 인재들이 몰리고 혁신 기술 개발이 시작되진 않는다는 것을 보스턴 바이오산업은 말해주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산업화하는 민간 투자 시스템과 인재 유치의 선순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준비해야 할 우리의 미래다.
김현수 뉴욕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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