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챗GPT에게 배우는 글쓰기 꿀팁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2023. 4.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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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사장을 위한 노자’ 저자

무심한 커서만 외로이 깜빡인다. 머릿속이 하얗다. 한참을, 머리를 쥐어뜯는다. 나오라는 글은 나오지 않고, 애꿎은 머리칼만 빠진다. 우리 모두가 겪는 글쓰기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웬걸, 챗GPT(인공지능 언어 생성 서비스)는 거침이 없다. 질문을 던지면 이내 답글을 뱉어낸다. 수준급의 글이다. 비결이 뭘까? 챗GPT의 글쓰기 원리를 사람의 글쓰기에 접목할 순 없을까?

챗GPT는 사람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방해서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는 기술이다. 충분한 데이터를 통한 ‘사전 학습(pre-trained)’이 전제조건이다. 챗GPT 역시 방대한 양의 다양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했다.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한 좋은 재료 확보 차원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걸 ‘쓰면’ 글이 된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게 많다면 글쓰기의 절반은 이미 끝났다. 글감이 풍부해서다. 독서와 여행 등 직간접적 지식과 지혜, 경험을 아우르는 공부가 중요한 이유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더 크고, 더 깊고, 더 넓은 세상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읽어야 한다. 내 일과 내 삶에 대한 풍부한 사전 학습!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챗GPT에게 배우는 첫 번째 글쓰기 팁이다.

챗GPT의 또 다른 작동 원리로 ‘Word2vec(워드투벡)’이 있다. 단어를 고차원 공간 속 벡터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단어 사이의 의미론적 관계를 학습하여 단어 간 유사성을 계산한다. 챗GPT는 이를 활용하여 입력된 문맥과 관련된 단어들을 출력함으로써 마치 사람이 쓴 것 같은 자연스러운 글을 써낸다.

이때 함께 사용되는 게 ‘Attention(주의)’ 메커니즘이다. 챗GPT는 적절한 응답 생성을 위해 사용자가 입력한 질문 정보를 분석한다. 그중 출력할 단어와 관련이 높은 특정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 가중치를 반영하여 출력할 다음 단어를 선택하는 거다. 입력된 문장의 의도에 집중하여 거기에 맞춤하는 답을 내기 위해서다. 보다 유용하고 적확한 답글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요컨대, 챗GPT는 단어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여 맥락상 ‘거리’를 측정한다(Word2vec). 문장 내 각 단어들의 중요도를 파악하여 집중해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한다(Attention). 그래서 챗GPT에게 배우는 글쓰기의 두 번째 팁? 전후좌우를 두루 살펴 글의 구성에 짜임새를 더하라는 거다. 맥락과 흐름 얘기다.

좋은 글은 물 흐르듯 매끄럽다. 앞에서 이 얘기 하다가 뒤에서 저 얘기하며, 천방지축 좌충우돌해선 제대로 된 글이 될 리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뒤죽박죽 앞뒤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줄 관대한 독자는 세상에 없다. 글의 목적과 용도 또한 명확해야 한다.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떤 주제에 맞추어,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형식의 글을, 어떤 어조로 쓸 것인가? 내 글의 의도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은 ‘사람의 피드백에 의한 강화학습(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이다. 사람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챗GPT 모델 최적화 메커니즘이다. 챗GPT의 답변 완성도 또한 결국 사람의 손을 탄다는 거다.

우리의 글쓰기에도 유사한 과정이 있다. 맞다, 퇴고다! 이렇게도 고쳤다가 저렇게도 수정한다. 단어들도 바꿔보고, 문장들도 고쳐보고, 문단 순서도 바꿔본다. 신기한 게 있다. 고치면 고칠수록 나아진다. 미세하나마 이전 버전보다는 더 나아진다. 퇴고의 힘이다.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고 난 뒤가 더 중요하다. 한 번 썼다고 끝이 아니다. 쓰고 나서 퇴고하고, 또 퇴고하고, 또 또 퇴고하고, 또 또 또 퇴고하고! 글의 완성도는 그렇게 올라간다.


딥러닝, 사전학습, Word2vec, Attention, RLHF. 정리해보니 챗GPT의 작동원리와 개념들이 글쓰기 팁으로도 제격이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지만 이 정도만 해도 든든하다. 그럼 됐다. 백지의 공포를 이겨내고 일단 쓰자. 지금 당장 쓰자. 모든 글의 출발은 거기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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