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대법원이 지난 2월3일 압수·수색영장 심사를 실질화하고자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6월1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법관이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대면으로 심리해 압수·수색의 필요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사법 통제 강화에 나선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적극 찬성한다.
대법원 발표 사법연감을 보면 2012년에 대비해 2021년도 형사사건 접수 인원은 87.7%로 줄었지만 영장사건은 158.1%로 늘었다.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감소세이므로 전체 사건 수가 줄었음에도 영장사건 수가 늘었다는 것은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21년도에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은 31만7천509건이고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무려 91.3%에 이른다. 이 통계를 보면 국민들이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두고 자판기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3월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법치라는 이름의 독재”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경기도청에서 92개의 PC와 11개의 캐비닛을 열어 6만3천824개의 문서를 가져갔고, 아무 상관없는 것이 분명한 김동연 지사의 업무용 PC를 열어본 것에 대해 검찰은 영장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상식과는 거리가 한참 멀고, ‘법치’라는 이름을 내세운 새로운 형식의 독재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많은 희생을 치르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사는 임의수사가 원칙이고 강제수사는 인권 침해가 따르기 때문에 예외적인 수단이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대해 언론과 국회를 통해 통제하는 방법은 수사기관이 안 들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법원에 의한 사법 통제가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통제 방법이고 중요한 것이다.
수사기관이 무리한 수사를 하면 수사기관을 비판하지만 실상은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를 부실하게 한 법원의 책임이 크다. 대법원이 이번에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사법 통제 강화에 나선 것은 시민들이 수사기관을 넘어 법원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왜 법원은 검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형식심사, 서면심사의 한계 때문이다. 특히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대한 심사는 수사의 밀행성 보장을 위해 수사 대상자는 배제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과 증거만을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더욱 그 폐단이 심하다. 이것은 크게 보면 형식적 법치주의의 폐단이기도 하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에 의하기만 하면 국가권력의 합법성과 정당성이 부여된다. 일단 법에 따른 형식과 절차만 갖추게 되면 그 내용의 옳고 그름, 정당성과 부당성은 상관이 없다.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하는 표적수사 등 자의적 횡포도 형식적 법치주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질적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헌법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수사기관의 표적수사 등 횡포는 정당성이 없는 법치주의 위배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가 법원이 사법 통제를 부실하게 한 책임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입법 예고한 대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6월부터 압수‧수색영장 발부와 관련해 법관의 대면심리제도를 도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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