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돈 봉투 게이트’ 민주당 결자해지하라
민주주의 근간 뒤흔든 중대 범죄
이정근 통화 파일 ‘판도라의 상자’
송영길 자진 귀국해 수사받아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1년 5월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의 경선캠프에서 불법 정치자금 9400만원을 뿌리며 선거운동을 한 것이 드러나서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통화 녹음파일이 3만개에 달할 만큼 방대한 데다 윤관석·이성만 등 현역 의원 10∼20명과 지구당위원장·대의원 등 70여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야권 전체를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시 경선 결과를 돌아보자. 송 후보가 35.6%로 2위인 홍영표 후보의 득표율(35.01%)보다 겨우 0.59%포인트 앞섰다. 매표 행태가 없었다면 대표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송 후보는 대표 당선 후 윤 의원을 사무총장, 이씨를 사무부총장으로 임명했다. 관심은 송 전 대표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쏠린다. 송 전 대표는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보좌관이 돈 봉투 전달에 관여했고,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다는 녹취도 나왔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송 전 대표를 누가 믿겠나.
정당법·정치자금법에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의 선출을 위해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전대에서 박희태 후보가 현역 의원에게 300만원을 준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혐의가 밝혀지는 의원과 당원들은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 대대적인 물갈이로 정계 개편이 이뤄져도 할 말이 없을 게다.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은 ‘초대형 악재’다. 이 대표 관련 검찰 수사와는 결이 다르다. 대장동·성남FC 사건은 증거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의원들이 직접 ‘검은 돈’을 받아 전달하는 행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녹취록은 ‘빼도 박도 못할’ 증거다. 관련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당 전체가 부패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런데도 당 지도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검찰의 의원실 압수수색 이후 5일 동안 “정치탄압”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반발하며 지켜만 봤다. 오죽하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짜깁기, 조작,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코너로 몰릴 것”이라고 했겠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생생한 녹취록이 잇따르자 야당 탄압용 수사라는 반발 여론은 쏙 들어갔다.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자 어제서야 이 대표가 사과하고 송 전 대표 귀국을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했다. 이 정도의 형식적 사과와 대응으로 민심이 수그러들지 의문이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최대한 사실을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닌가. 이 위기도 적당히 넘기겠다면 내년 총선을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강 협회장 소환을 시작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에 일체의 정치적 고려가 없어야 할 것이다. 야당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확실한 물증과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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