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투쟁의 본질

권구성 2023. 4. 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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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사회는 기후활동가들의 기습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시위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각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유럽에서 이들 시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시위의 메시지가 아닌 방식에 그 이유가 있다.

기후활동가들도 이런 심각성을 알리는 데 시위의 목적을 두고 있지만, 시위를 이어갈수록 부정적 여론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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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사회는 기후활동가들의 기습시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시위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각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유럽에서 이들 시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시위의 메시지가 아닌 방식에 그 이유가 있다.

기후활동가들은 미술관에 걸린 고흐나 모네의 작품에 페인트 세례를 하는가 하면,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에서 활동가의 손을 레드카펫에 접착제로 붙이는 등 다소 과격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항에서는 항공기가 배출하는 탄소를 규탄하며 활주로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의견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저지에 나섰다.
권구성 사회부 기자
시위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기후변화라는 의제는 특정 국가나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시위가 특정 이익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기록적인 홍수로 1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미국은 지난달 동남부 지역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간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한국도 이상고온 현상과 집중호우 등을 겪으면서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후활동가들도 이런 심각성을 알리는 데 시위의 목적을 두고 있지만, 시위를 이어갈수록 부정적 여론은 확산하고 있다. 과격한 방식의 시위가 본질을 흐리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낯선 것은 아니다.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시청광장에서 거대한 스피커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집회시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광장에서 귀를 찌르는 듯한 소음을 유발하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의 시위 방식이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은 물론 기피 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은 꼭 들어야 하는 목소리마저 외면하게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여야가 대립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본질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쌍용차 노동조합이 2014년 파업을 일으켰다가 사측에 47억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달한 데서 유래됐다. 시민들이 당시 파업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는 외환위기 이후 중국기업에 넘어간 쌍용차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발단이었다. 시민들이 파업이라는 투쟁 방식을 지지한 것인지, 정리해고로 한순간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을 지지한 것인지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은 쟁의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쟁점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나 최저임금, 근로시간과 같은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파업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한다면, 파업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된다. 만약 이 개정안이 노동자 권익을 위한 장치로서 필요한 것이라면, 노조를 결성하지 못한 국내 85%의 노동자에게 파업이라는 선택지가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본질을 알기 어려운 투쟁의 구호는 소음으로 들리고 만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는 한 끗 차이다.

권구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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