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사람이 취미
2023. 4. 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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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예요? 누군가 물었을 때 선뜻 답할 수 있는 정도.
'사람'도 딱 그 정도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사람이 취미라면 상처받지 않을 텐데.
물론, 나 또한 누군가의 취미가 아닐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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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사람을 취미로 해서
좋은 점은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깨진 접시는 상처를 주지 않아
케첩은 상처를 주지 않아
흰옷에 묻으면
눈에 띄게 빨갛긴 하지만
식후의 낮잠은 습관이 되고
마라톤은 기록이 되지만
사람이 취미가 되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후후 불어 마시듯 사람이 되고
한여름 내리는 소나기만큼 사람이 된다
(후략)
좋은 점은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깨진 접시는 상처를 주지 않아
케첩은 상처를 주지 않아
흰옷에 묻으면
눈에 띄게 빨갛긴 하지만
식후의 낮잠은 습관이 되고
마라톤은 기록이 되지만
사람이 취미가 되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후후 불어 마시듯 사람이 되고
한여름 내리는 소나기만큼 사람이 된다
(후략)
취미가 뭐예요? 누군가 물었을 때 선뜻 답할 수 있는 정도. 산책이나 음악 감상 정도. ‘사람’도 딱 그 정도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사람이 취미라면 상처받지 않을 텐데. 무심코 던져진 말이나 행동에 피 흘리지 않고. 곧장 털어버리고. 적당히 좋아하면서, 적당히 만나고 적당히 헤어지면서 그럭저럭 살 텐데. 매사 가볍게, 가볍게. 더 이상 불면의 밤은 없을 텐데. 물론, 나 또한 누군가의 취미가 아닐 수 없겠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후후 불어 마시듯” 예사로운 일, 딱 그 정도의 나. 그런 나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는 직업을. 상처를 되풀이하면서도 끈질기게 그 일에 종사하는 어떤 경이를. 지금 나는 어떤가. 취미인가, 직업인가. 혹은 아르바이트?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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