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이야기 들려주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2023. 4. 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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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항상 남을 설득하면서 살아간다.

이야기에 빠져들면, 인간은 마음의 보호막을 내리고, 남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세상 보는 관점을 바꾼다.

이 순간은 너무나 강렬해 그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의 내면에 감정의 파도를 일으키고 마음에 선명한 각인을 남긴다.

"이야기의 힘을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이야기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힘을 타인에게 넘겨주게 되어 있다." 우격다짐은 설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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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토리는 타인을 변화시키는 수단
위대한 리더들 잘 활용… 공감 불러내
인간은 항상 남을 설득하면서 살아간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는 아무것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일상에서 무수히 반복하는데도, 막상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보다 어려운 일도 없다. 주먹으로 위협하고, 돈으로 유혹하고, 괜찮은 지위를 약속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인간은 좀처럼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미국 작가 리사 랜들의 ‘스토리만이 살길’(부키 펴냄)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써 나간다. 세상에서 배우고 체험하고 깨달은 바를 한 편의 그럴듯한 이야기로 엮어 자아를 구축하고 인생을 이룩한다. 이러한 내적인 이야기 덕분에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다가올 일에 대비할 수 있다.

우리 안의 이야기는 파편적 사실에 맥락을 부여함으로써 무엇이 삶에서 의미 있는지 알려주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인간의 진화에서 엄지손가락보다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엄지손가락은 뭔가를 붙잡는 구실을 할 뿐,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알려주는 것은 이야기다.” 사람을 설득하려면, 이 내면의 문지기를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감정을 자극해 타인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정신을 뒤흔들어 타인의 완고한 마음을 녹이는 강렬한 수단이 있다. 이야기다. 이야기에 빠져들면, 인간은 마음의 보호막을 내리고, 남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세상 보는 관점을 바꾼다.

재밌는 이야기는 인간 마음의 빗장을 풀어 우리 뇌가 새로운 정보를 거부 없이 수용하게 한다. 호르몬 작용 덕분이다. 예측을 벗어나는 놀라운 사건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서 다음을 궁금해하는 욕구를 자극하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갈등 상황은 코르티솔 분비를 일으켜서 가슴을 졸이게 하며, 인간 취약성에 대한 감정이입은 옥시토신 분비를 가져와 우리가 주인공을 응원하게 이끈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끼게 진화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공감하고 힘을 합치는 능력을 통해서 지구의 지배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야기만이 다른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설득과 변화를 끌어낼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좋은 이야기는 정신적 각성의 힘을 품고 있다. 주인공이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옳음을 깨우치는 순간을 그려낸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착한 마녀 글린다에게 “넌 이제 아무 도움도 필요하지 않아. 네게는 캔자스로 돌아갈 힘이 처음부터 있었단다”란 말을 듣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너무나 강렬해 그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의 내면에 감정의 파도를 일으키고 마음에 선명한 각인을 남긴다. 이야기가 타인의 내면을 바꿀 수 있는 이유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아메리카 원주민 호피족의 속담이다. 좋은 이야기엔 거대한 힘이 잠들어 있다. 고금의 위대한 리더는 모두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그들은 때와 장소에 맞추어 타인의 공감을 일으키고, 마음을 움직이는 멋진 이야기를 지어낼 줄 알았다. “이야기의 힘을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이야기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힘을 타인에게 넘겨주게 되어 있다.” 우격다짐은 설득이 아니다. 모든 리더십 위기는 이야기를 이용해 타인을 설득하는 대신 지위나 폭력의 힘으로 자기 생각을 밀어붙일 때 생겨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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