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G에 0홈런 시절 있었는데…타임 부르고 얼떨결에 홈런? ‘김하성 동기’ 불행 끝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러게요, 올해는 빨리 나왔네요.”
키움 외야수 임병욱(28)의 야구인생은 불운 그 자체였다. 2014년 1차 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했으나 잦은 부상으로 좀처럼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1차 지명자도 아닌 동기생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강정호에 이어 유격수를 꿰차고, KBO리그 최고 공수겸장 유격수로 거듭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봐야 했다.
입단 당시 실링, 잠재력만 따지면 임병욱은 역대급이었다. 김하성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내부 관계자가 많았다. 잦은 부상이 결정타였지만, 임병욱 역시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의 야구를 확실히 어필하지 못했다. 2018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홈런 맹활약이, 실질적인 임병욱의 마지막 임팩트였다.
2019년에는 주전 중견수로 뛰었으나 117경기서 타율 0.243에 0홈런 41타점 39득점을 기록했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당시에도 100경기 이상 주전으로 뛰었는데 ‘저렇게 홈런이 안 터지나’라는 구단 안팎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3시즌. 더 이상 임병욱은 주전이 아니다.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정후, 이형종과 함께 주전으로 외야를 누비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베테랑 이용규와 경쟁 체제다.
15일 고척 KIA전서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3-0으로 앞선 1회말 2사 2루서 KIA 신인 윤영철에게 볼카운트 2S로 몰린 뒤 볼을 골라내고 4구 슬라이더를 통타, 비거리 125m 우월 투런아치를 그렸다. 그런데 실제 임병욱은 홈런을 칠 생각(?)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팔을 위로 들어올리며 ‘타임’을 외쳤다.
그러나 구심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임병욱은 그대로 타격해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본인은 경기 후 웃으며 “얼떨결에 친 홈런”이라고 했다. KIA 신인 윤영철을 처음 상대해보니, 타이밍을 맞추는 게 익숙지 않아 타임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행운이 따르지 않던 임병욱에게 야구의 신이 도움을 줬던 것일까. 임병욱은 웃으며 “그렇게 멀리 날아갈지 몰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왔다. 코치님,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많은 도움을 줬다. 온전히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다”라고 했다.
임병욱은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를 돌아보며 “만족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캠프 때부터 잡은 목표가 근면, 성실이었다.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 옳은 방향으로 간다는 믿음이 있다.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에 집중한다”라고 했다.
부상을 의식하고 뛰지 않는다. 임병욱 정도의 부상 역사라면 그럴 수 있지만, 그는 “어느 선수에게나 힘들고 다시 일어서기 힘든 건 맞다. 감도 다시 찾아야 하고, 그러나 부상이란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 꾸준함, 안정감을 채워 나가려고 한다”라고 했다.
더 이상 가정은 무의미하다. 지금부터 보여줘야 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이정후도 메이저리그로 떠난다. 이형종과 함께 외야의 기둥, 타선의 중심으로 올라서야 한다. 2023시즌은 임병욱의 야구를 다지는 시간이다. 임병욱은 “건강하게 감독님 얼굴을 계속 보고 싶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임병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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