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음료’ 한 병에 필로폰 3회 투약 분량 넣었다
경찰, ‘윗선’ 지목된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 계속 추적 중
지난 3일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나눠주고 학부모에게 협박전화까지 한 일명 ‘마약음료 시음회’ 사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마수대)는 17일 마약음료 제조·전달책 길모씨(25)와 협박전화 번호 조작에 가담한 김모씨(39)를 구속 송치하고, 마약공급책 박모씨(35)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배후로 알려진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은 계속 추적 중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 일지를 정리했다.
3월25일. 길씨는 인천의 한 주택가 지하 복도에 있는 선반 아래에 테이프로 붙어 있던 필로폰 10g을 수거했다. 중국의 마약 유통 조직으로부터 마약을 전달할 것을 지시받은 박씨가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소분해 선반에 붙여둔 것이었다.
강원 원주의 자택으로 돌아온 길씨는 3일 뒤 우체국 국제우편을 수령했다. 마약음료를 담을 플라스틱통과 ‘메가 ADHD’라고 쓰인 라벨지였다.
길씨는 4월1일 만우절 새벽 자택에서 마약음료 100병을 제조했다. 100㎖ 용량 플라스틱 1통당 중국에서 유행하는 멸균우유와 필로폰 0.1g을 담았다. 통상 필로폰 1회 투약분으로 알려진 0.03g의 3.3배에 달하는 양이다.
제조를 마친 길씨는 4월3일 낮 12시21분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로 마약음료를 발송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강남구청역 일대에서 2인1조 2개조의 아르바이트생들이 택배를 수령했다. 이들은 구인구직 사이트나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서 일당 15만원짜리 구인공고를 보고 모인 이들이었다. 이들은 ‘시음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주고 설문지에 학생과 학부모의 인적사항을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오후 4시52분부터 오후 9시까지 학생들에게 음료 18병을 배부하고 설문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들은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를 개발했다”며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건넸다.
4월4일. 범행 윗선은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은 설문지의 인적사항을 토대로 협박을 시작했다.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신고할 것”이라고 했다. 4건은 전화를 통한 협박이었고, 2건은 카카오톡을 통한 협박이었다. 피해자 한 명에게는 현금 1억원을 요구했다.
협박전화에는 중계기 운영자 김씨가 개입했다. 협박전화에 쓰인 휴대전화 발신번호를 변착시켜 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화번호 1개를 변착해주는 대가로 1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길씨의 중학교 동창인 이모씨(25)를 이번 사건의 윗선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17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씨는 위챗과 텔레그램 등으로 길씨와 소통하며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했다. 중국 국적 박모씨(39)는 마약음료를 담을 빈 병과 상자, 판촉물을 국내로 배송하는 데 가담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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