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정황 10대 학생 극단적 선택…SNS로 생중계 ‘충격’
배경에 ‘디시 우울증 갤러리’
신체적·정신적 착취 당한 듯
경찰, 모의 추정 남성 등 확인
서울 강남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켠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이 학생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한 정황을 잡고 극단적 선택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이 학생이 해당 갤러리에서 만난 한 남성과 극단적 선택을 모의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19층짜리 건물 인근에서 여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17일 밝혔다. A양은 SNS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뒤 전 과정을 방송으로 송출했다.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경찰과 소방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구조당국은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
자신을 최초 신고자라 밝힌 한 누리꾼은 신고 내용을 인증하며 “경찰과 소방의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이 공개한 통화기록을 보면 A양의 위치 등을 경찰에 최초로 알린 시간은 사망 26분 전인 오후 2시4분이었다. 10분 뒤인 오후 2시14분 사건을 접수한 강남서는 2시26분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은 오후 2시17분쯤 출동해 2시26분 에어매트 설치를 시작했다.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설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신고 당시 정확한 발생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된 것”이라며 “통행량이 많은 강남의 교통 상황을 고려하면 출동시간 12분은 크게 늦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사고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양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A양이 이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신체적·정신적 착취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 갤러리에서 알게 된 한 남성과 극단적 선택을 모의했다는 글도 돌았다. 경찰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갤러리와 같은 익명 공간에서의 활동이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는 익명에 기댄 혐오 표현이나 악의적 댓글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경험을 나눴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이 10개가 올라오더라도 부정적인 피드백 한두 개에 심적으로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서 “친한 친구나 가까운 지인,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게 현실적으로 낫다”고 조언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이날까지도 고인을 향한 모욕이나 조롱 글이 게시됐다.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명예훼손은 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문제”라며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나 고인을 향한 모욕 등을 중계하듯 보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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