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요원 있었더라면…” 아파트 내 수영장 안전 ‘사각지대’
아파트서 아이 잃은 부모 “최소한의 의무 부과를” 국민청원
부산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수영장에서 발생한 익수 사고로 지난 2월 숨진 6세 심결군 유족 측이 대규모 비영리 체육시설에도 안전요원 배치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기준을 만들라는 국민동의청원을 올렸다.
부산의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지난 2월8일 익수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입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수심 1.4m의 수영장은 심군 가족이 즐겨 찾던 곳이기도 했다.
생존 수영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보낸 수영 강습 시간, 맞벌이 부부는 수영장에 동행한 아이돌보미에게서 “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심군의 아버지 심모씨는 아이가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고 일주일 후인 2월15일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기억이 흐릿하다고 했다.
심군은 킥판을 끈으로 등에 묶는 보조기구 ‘헬퍼’가 철제 사다리에 끼면서 사고를 당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고 당시 옆에 있던 8세 A군이 심군을 꺼내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었던 모습이 담겼다. 수영 강사 B씨는 다른 성인 수강생을 지도하느라 이를 알지 못했다. A군이 “선생님!” 하고 외쳤지만 B씨는 아이들끼리 장난치는 것으로 오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상황을 파악한 B씨가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지만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심군은 끝내 숨졌다. 당시 수영장에는 시설을 조망할 수 있는 감시탑이나 별도의 안전관리 요원이 없었다. 이는 위법한 일이 아니다.
현행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제23조는 수영장 감시탑에 수상안전요원을 2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교습자 중에 수상안전요원 자격자가 있다면 1명 배치 가능)고 규정하지만,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설치·경영하는 곳’에만 적용된다. 아파트 내부 커뮤니티센터의 수영장은 주민 편의를 위한 ‘비영리’ 부대시설이어서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아파트 수영장뿐 아니라 물놀이 카페·호텔 수영장 등 수영장만을 위한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 편의시설에서 익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요원 배치’ 문제는 쟁점이 돼왔다.
2021년 9월 한 물놀이 카페의 수영장에서 6세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카페 측 관계자는 “안전요원 배치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유족 측은 대규모 비영리 체육시설에 한해 안전의무를 적용해달라는 취지의 국민동의청원을 지난 6일 올렸다. 이들은 “대규모로 운영되는 비영리 체육시설을 ‘다중체육시설’로 규정하고, 체육시설업에 부과하는 의무 중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생명·신체와 직결되는 부분을 준수하도록 개정해달라”고 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서아람 변호사는 17일 통화에서 “모든 비영리 시설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라는 것이 아니라, 30명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체육시설에 안전의무를 부과해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버지 심씨는 통화에서 “아이가 황망하게 죽고, 감시탑만 있었더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청원을 냈다”고 말했다. 심씨는 수영 강사 B씨가 거듭 죄송하다며 연락해 온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의 과실도 없진 않겠지만 감시탑이나 안전요원이 없는 채로 운영된 아파트의 시스템이 진정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되는 청원엔 17일 오후 1시 기준 정족수의 2%인 1291명이 동의했다. 기간 안에 5만명이 동의하면 청원은 소관 위원회에 회부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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