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3일 후면 나가야 하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 전전긍긍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사흘 만에 또 다른 피해자가 1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들어 세 명째다.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A씨(31)가 살던 인천 미추홀구 주상복합아파트 로비에는 “○○아파트는 현재 임대인의 의도적인 채무 불이행과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수사 중” “집을 보러 오신 분께서도 또 다른 피해자나 공모자가 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아파트에 입주한 60여가구는 ‘인천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해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전세사기 대응을 위해 오픈카톡방 등에서 교류하고 함께 활동했던 주민들은 A씨의 극단적 선택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A씨의 집 앞에 조화를 헌화하러 온 한상용씨(53)는 “최근에도 소통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7일 집이 낙찰된 가구가 공동현관에 붙은 현수막을 떼자 A씨가 “저도 일정 마치고 복귀해서 다시 붙여 놓겠다”고 한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이날 A씨의 자택 현관에는 “당신들은 기회겠지만 우리들은 삶의 꿈!” “한 다리 건너면 당신의 지인 집”이라고 전세사기를 꼬집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A씨는 전세사기로 9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그는 2021년 9월 임대인 요구로 1800만원 올린 9000만원에 재계약했다.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 변제금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전세보증금이 올라간 탓에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A씨 집 앞에는 수도요금 체납증이 붙어 있었다. 김병렬 미추홀구 전세사기대책위 부위원장은 “활동할 때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내색이 전혀 없던 분”이라며 “무엇이든 흔쾌히 앞장서서 도와주셨다”고 회고했다.
지난 14일에도 인근 아파트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B씨(26)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로부터 불과 사흘 만에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B씨의 발인이 어제였다”며 “혹시 나쁜 마음을 먹을까봐 주민들에게 힘들면 꼭 연락을 주시라,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 얘기했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했다”면서 눈물지었다.
주민들은 “아무리 경매 절차를 중지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도 경매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직접 주택을 낙찰받지 못하면 피해자들은 경매 후 집을 당장 비워줘야 한다. 이날 만난 한 전세사기 피해 주민은 “저는 3일 후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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