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대놓고 “공천권 폐지”…김기현, 뒤늦게 “입 다물라”

조미덥·문광호·이두리 기자 2023. 4. 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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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 휴대폰들 전광훈 목사가 17일 사랑제일교회에서 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공천권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당을 뭘로 알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전, 결별 보류 당원 가입 운동
“버르장머리 고칠 것…경선을”
김 대표 “황당무계” 맹비난
당 논평에선 ‘절연’ 언급도
김재원 윤리위 징계 가능성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향해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 목사와 당의 ‘절연’을 언급했다.

김 대표가 전 목사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내분을 빚으면서 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15%포인트(리얼미터 조사 기준)까지 뒤지자 대표와 수석대변인이 전 목사를 직접 비판하며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 예배에 참여하고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당 윤리위원회가 곧 징계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국민의힘과의 결별 선언을 예고했던 전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결별은 신당 창당인데, 국민의힘 측에서 많은 분이 홍준표 등 몇 사람 때문에 우리를 버리냐고 했다”고 주장하며 “(국민의힘의) 자세를 보고 창당하든지 안 하든지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주겠다. 신당 창당은 몇주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권 폐지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받아들이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우리당을 뭘로 알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당 창당해서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분이 남의 당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중단해야 된다”고 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 목사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당을 흔들려 해도 국민의힘은 끄떡없다”고 했다.

그동안 김 대표는 전 목사의 당내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져도 “전 목사는 당원이 아니다”라며 무시 전략을 썼다. 전 목사와의 단절, 김 최고위원 징계를 주장하며 김 대표의 리더십 부족을 질타하던 홍 시장을 지난 13일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하지만 이후 당내 여론은 좋지 않았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전광훈을 잘라야지, 왜 홍준표를 자르나. 완전히 오발탄”이라고 했다. 친윤계 한 초선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시장을 잘못 건드렸다. 전 목사나 김 최고위원에 대한 조치가 먼저 있었어야 한다”고 했다. 비윤석열계에선 김 대표가 2019년 전 목사를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하고, 전당대회에서 도움을 받은 것 때문에 쳐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전 목사가 이날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며 공천 문제까지 거론하자, 김 대표도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3.9%로 민주당(48.8%)에 14.9%포인트 뒤졌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지난주(8.9%포인트)보다 훨씬 커졌다. 김 대표는 상황이 연일 악화되자 직접 나서 전 목사에게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국민의힘은 최고위원의 연이은 설화에 전 목사와 홍 시장의 설전, 홍 시장 상임고문 해촉까지 내부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전 목사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공격이 먹힐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황정근 당 윤리위원장이 첫 사건으로 김 최고위원을 징계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 예배에 가서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반대’ 발언을 한 사실도 있기 때문에 5월18일 전 징계 절차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얼미터 조사는 지난 10~14일 성인 2506명에게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미덥·문광호·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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