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워줄 방법, 이것뿐이었다…인천 전세사기 ‘3번째 죽음’
미추홀구서 30대 또 극단 선택
문 앞엔 “당신의 기회, 우린 삶”
‘인천 건축왕’ 잡혀 재판받아도
보증금 떼인 충격에 생활고까지
정부 각종 대책, 실질 도움 안 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이 3명째다. 숨진 20~30대 청년들은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등 생활고를 겪어왔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17일 오전 2시12분쯤 미추홀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A씨(31)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A씨는 7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했다가 2021년 9월 9000만원에 재계약했다. A씨가 살던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전세사기로 60가구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A씨는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A씨는 전세사기 피해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A씨 집 앞 쓰레기봉투에는 수도요금 체납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 스티커 등이 버려져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B씨(26)도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도 수도요금을 못 냈으며 어머니에게 “2만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28일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도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C씨(38)가 숨졌다. C씨는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은행에서도 대출 연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대책위는 미추홀구에서만 전세사기 피해자가 2800가구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 중 800여가구가 이미 경매로 넘어갔다.
전세사기 피해자 상당수는 ‘인천 건축왕’과 관계가 있다. 인천과 경기도 등에 2700채를 소유한 인천 건축왕은 161가구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대출 연장, 긴급주거 지원 등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지난 2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긴급주거 지원 주택 238가구를 마련했으나 이날 현재 입주율은 3%(8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첫 사망자인 C씨의 49재를 맞아 18일 오후 7시 인천 주안역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들을 위로하는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칭)’도 발족할 예정이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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