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덮어줄 테니 돈 내라"…환경 담보로 벌어지는 '검은 거래'
오늘(17일) 밀착카메라는 환경을 담보로 벌어지는 검은 거래를 쫓아봤습니다. 폐기물 처리 현장 곳곳을 다니며 업자들에게 돈봉투를 요구하는 사람들 이야긴데요.
이상엽 기자가 직접 현장에 잠입해 돈을 주고받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기자]
경북 포항의 한 야적장입니다.
폐기물관리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곳입니다.
제 뒤로 폐기물이 쌓인 모습도 실제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 폐기물처리업체에 편지 한 통이 왔습니다.
환경오염의 실태를 다룬 신문인데, 관계기관의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 이렇게 적혔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안모 씨는 해당 업체에 전화도 걸었습니다.
[안모 씨 (폐기물처리업체와 통화) : 자꾸 나 건드리면 (기사를) 터뜨릴 수밖에 없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합니다.
[안모 씨 (폐기물처리업체와 통화) : 우리 김 사장이 어느 선까지 가능하다는 거야? 계좌 입금은 안 되고.]
돈을 주면 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취지로도 말합니다.
[안모 씨 (폐기물처리업체와 통화) : 본사에 얘기해야 일단 (보도를) 멈추라고 할 수 있잖아. 날짜 얘기하시고, 현찰로 만들어놓고 저랑 만나요.]
돈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장소에 취재진도 함께 나갔습니다.
안씨는 자신을 베테랑 기자라고 소개합니다.
[안모 씨 : 환경부, 국회 출입처 다 돼 있어요. 기자 생활만 지금 12년.]
업체의 불법 정황을 알고 있다며 '두 개'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안모 씨 : 기획취재가 된 거예요. (사진) 자료가 7천장에서 1만장. 두 개만 하죠. {2천만원이요?} 네.]
돈을 받고 세어본 뒤, 이제 환경오염을 시키지 말라고 훈계합니다.
[안모 씨 : (500만원 뭉치) 4개 들었으니까 맞겠죠, 뭐. 계속 이런 행위(불법야적)를 해서는 안 되는데. 서버에 있는 자료는 지워드릴게.]
취재진이 기자임을 밝히자, 안씨는 돌변해 지자체에 업체를 신고하겠다고 말합니다.
[안모 씨 : {2천만원 받으셨잖아요.} 돌려주면 되니까. 주무관 만나러 갈 겁니다. {뭐라고 얘기를 하시게요?} 뇌물을 주는데 어떡하냐고.]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하더니,
[안모 씨 : {국토부, 환경부 출입하는 거 아니죠?}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욕심났어요.]
또 다른 업체들에게 돈을 받은 적이 더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안모 씨 : (받은 돈이) 몇천만 원 될 수도 있겠습니다. 생활비로 썼죠. (폐기물처리업체) 다섯, 여섯 군데 정도.]
안씨의 동료인 최모 씨도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업체에 1300만원을 받았습니다.
[최모 씨 (폐기물수집운반업체와 통화) : 지금 본사에 (취재 내용이) 전달 안 되도록 막아놓고 있다는 말이야.]
최씨는 광고비로 돈을 받은 거라고 해명합니다.
[최모 씨 : {기사는 쓰셨어요?} 안 썼습니다. {왜 안 쓰셨어요?} 행정조치로 하는 것보다 자기들이 그렇게 안 하겠다고 하고.]
이들이 본사라고 말하는 명함 주소로 가봤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었습니다.
[통장/서울 상월곡동 : {안OO라는…} 없어요. {들어본 적도…} 없어요. {안OO.} 없어요.]
이번엔 신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봤습니다.
해당 매체 측은 "돈을 받은 적이 없고 기사도 나갔다"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매체 측 : 포항시청에도 (신문을) 다 보냈어요. 틀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기자는 몇 명이 있는 거예요?} 몇 명 있는지 저도 잘 모르고.]
포항시는 폐기물을 쌓아놓은 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안씨 등 2명을 공갈 등 혐의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한 곳에 방치된 폐기물. 이를 담보로 주고받는 돈 봉투.
암암리에 이뤄지는 검은 거래 앞에서 환경은 멍들고 있습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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