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착오적 취업규칙, 다이소 ‘반노동 상징’ 될 건가

기자 2023. 4. 17. 20: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사업장의 취업규칙은 인사·임금 등의 노동조건을 규율한다. 근로기준법 93조에 따라 10인 이상 상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노사 협상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 적용 비율은 14.2%(2021년 기준)에 그치고, 국내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취업규칙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취업규칙이 결정하는 셈이다.

경향신문이 16일 보도한 현행 ‘다이소 취업규칙’을 보면, 노동3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상당수 파악된다. 매출액 3조원에 전국 매장 1500개에 달하는 대표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또 다른 실상이다. 이 회사 취업규칙은 물류·매장·관리사원 모든 직군에 대해 “회사 허가 없이 집회, 연설, 방송, 선전 또는 문서배포·게시로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를 징계토록 했다. “회사 내에서 정치활동을 한 자” “직무와 관련 없는 내용을 배포한 자”도 징계 대상이다. 물류 직군에 대해서는 “사상이 온건하고 신분이 확실한 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매장 직군은 “회사에 위해한 행위나 언동을 발견 시 즉각 보고”하지 않으면 “당사자와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했다. 다이소 측은 부인했지만, 이런 조항들은 노동조합 결성이나 활동을 막고 위축시킬 수 있다. 다이소는 2017년 “상사의 업무상 지시·명령에 절대 복종하겠다”는 각서를 근로계약 때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간 노조를 결성하려던 직원 다수가 계약 종료를 통보받기도 했다. 취업규칙은 “시업, 종업, 휴게시간은 회사의 업무사정 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노동자는 ‘공짜 추가노동’에 시달린다. 2010~2022년 3억5000만원의 임금·퇴직금이 체불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헌법,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이다. 그 어떤 취업규칙도 상위 법규나 단협을 거스를 수 없다. 다이소의 시대착오적이고 착취적인 취업규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사용자가 일터의 규칙을 제멋대로 정해 노동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다. 노조를 무시하는 기업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취업규칙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 불이익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부는 다이소의 취업규칙 실태에 대해 철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