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착오적 취업규칙, 다이소 ‘반노동 상징’ 될 건가
한 사업장의 취업규칙은 인사·임금 등의 노동조건을 규율한다. 근로기준법 93조에 따라 10인 이상 상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노사 협상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 적용 비율은 14.2%(2021년 기준)에 그치고, 국내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취업규칙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취업규칙이 결정하는 셈이다.
경향신문이 16일 보도한 현행 ‘다이소 취업규칙’을 보면, 노동3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상당수 파악된다. 매출액 3조원에 전국 매장 1500개에 달하는 대표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또 다른 실상이다. 이 회사 취업규칙은 물류·매장·관리사원 모든 직군에 대해 “회사 허가 없이 집회, 연설, 방송, 선전 또는 문서배포·게시로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를 징계토록 했다. “회사 내에서 정치활동을 한 자” “직무와 관련 없는 내용을 배포한 자”도 징계 대상이다. 물류 직군에 대해서는 “사상이 온건하고 신분이 확실한 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매장 직군은 “회사에 위해한 행위나 언동을 발견 시 즉각 보고”하지 않으면 “당사자와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했다. 다이소 측은 부인했지만, 이런 조항들은 노동조합 결성이나 활동을 막고 위축시킬 수 있다. 다이소는 2017년 “상사의 업무상 지시·명령에 절대 복종하겠다”는 각서를 근로계약 때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간 노조를 결성하려던 직원 다수가 계약 종료를 통보받기도 했다. 취업규칙은 “시업, 종업, 휴게시간은 회사의 업무사정 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노동자는 ‘공짜 추가노동’에 시달린다. 2010~2022년 3억5000만원의 임금·퇴직금이 체불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헌법,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이다. 그 어떤 취업규칙도 상위 법규나 단협을 거스를 수 없다. 다이소의 시대착오적이고 착취적인 취업규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사용자가 일터의 규칙을 제멋대로 정해 노동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다. 노조를 무시하는 기업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취업규칙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 불이익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부는 다이소의 취업규칙 실태에 대해 철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