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전대 돈봉투 사과, 구태 끊고 송영길은 귀국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17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12일 검찰의 윤관석·이성만 의원 압수수색 후 5일 만이다. 이 대표는 신속한 수사와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도 요청했다. 검찰이 ‘돈봉투’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내놓고 현역 의원 10여명의 줄소환을 예고하자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구태를 끊는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대표가 공식 사과한 것은 이 사건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당초 ‘검찰의 기획수사’라며 수사 시점을 문제 삼다 ‘자체 진상조사’ 뜻을 내놓은 뒤 ‘검찰 수사·송 전 대표 귀국’ 요청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도 그렇게 읽힌다. 총선 1년 앞에 당 전체가 부패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이다. 이 대표가 직접 “이 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한 것도 국민적 의구심과 비판 여론이 증폭되는 현 상황을 직시한 것일 수 있다.
민주당이 공식 수습에 나섰지만, 사건은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정치권은 당직 선거의 ‘검은돈’ 거래를 관행으로 치부해 왔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날 심야회의에서 외부 수사를 택한 것도 혐의를 부인하는 연루자들을 자체 조사해 진상을 실효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걸로 전해졌다. 강제수사로 파헤쳐야 할 악습으로 본 것이나, 정당으로선 짐을 떠넘긴 소극적 자세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당법을 어긴 퇴행적 악습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만으로도 제1야당은 엄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후진적 관행·구폐와 단호히 결별하겠다는 자세로 민주 정당의 도덕성을 되찾고 정치 신뢰를 회복하는 큰 숙제가 민주당에 부여됐다.
송 전 대표 조기 귀국은 민주당의 진상 규명 의지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의 일탈로 치부해왔다. 귀국 여부도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미뤘다. 한때 당을 이끌었던 대표로서 옳지 않은 태도다. 송 전 대표는 이 사건이 자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전대에서 ‘돈봉투’가 오간 의혹인 만큼 조속히 귀국해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한층 속도가 붙을 검찰 수사에도 국민적 시선이 쏠리고 있다. 녹취 파일 3만개가 있다고 하면서도 2년 전 사건이 지금 불거진 것을 두고 정략적 수사라는 의구심이 제기된 터다. 무엇보다 제1야당의 검은돈 수사는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검찰은 객관적 증거·증언과 법리에 따라 신속하게 사건 실체와 전모를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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