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번째 …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또 극단 선택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4. 1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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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여성 아파트서 유서 남겨
인천시, 경매 우선매수권 등
피해자 구제책 정부에 건의
경인 지역 일대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중 세 번째 사망자 A씨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17일 추모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경인 지역 일대에 주택 2700채를 소유해 '건축왕'으로 불리던 60대 건축업자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2개월 새 벌써 3명째다.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2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 지인이 퇴근 후 그의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A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그의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종이에 손글씨로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집 현관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수도요금 체납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이 버려져 있었다.

A씨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다. 이후 A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전체 60가구가량이 통째로 지난해 6월 경매에 넘어갔다.

피해대책위 측은 "A씨는 평소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퇴근하는 등 어렵게 생활하던 중에도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월 28일 30대 남성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20대 남성 B씨(26)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 이영훈 미추홀구청장 등은 17일 오후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유 시장은 피해자들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주택 경매 유예, 경매 시 피해자 우선 매수권 부여, 대출한도 제한 폐지, 긴급 주거 지원에 따른 이주비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인천시는 피해 가구에 대한 단전·단수 유예, 심리 상담 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전세사기 피해지원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원 장관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원재 차관에게 "피해 현장에 방문해 도와줄 사항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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