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급 판사는 판결문을 어떻게 쓸까
‘판사와의 대화’서 일상 경험 소개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17일 정오 서울중앙지법 1층 청심홀에서 열린 ‘판사와의 대화’ 행사에 시각장애 1급인 김동현(41) 판사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2012년 임용된 최영 판사에 이어 2020년 국내 두 번째 시각장애인 판사가 됐다.
김동현 판사는 이날 행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이고은 판사와 함께 ‘판사로서의 일상’ ‘변호사로서의 일상’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 제공’에 대해 대담했다. 여기에 동료 법관들과 법원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김 판사가 자신을 “40대, 미혼, 독거, 시각장애 남성”이라고 소개하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판사로서의 일상’에 대해 “수원지법에서 근무할 땐 건물이 한 동이라 혼자서 많이 돌아다녔는데, 중앙지법은 구조가 복잡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다른 판사들처럼 아침에 출근하면 이메일을 보고 오늘 일정을 확인한다. 기록을 보고 판결문을 쓰는 게 주된 일과”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도 설명했다. “제가 전자기록 뷰어에서 PDF 파일을 지정하면 전담 속기사 2명이 한글이나 워드 파일로 만들어줍니다. 이 파일을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을 통해 음성으로 변환하는데요, 저처럼 점자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과정입니다.”
김 판사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던 2012년 의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2015년 우등상을 받으며 로스쿨을 졸업했고 제4회 변호사시험에도 합격했다. 서울고법 재판연구원(로클럭)을 거쳐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변호사로 일한 뒤 2020년 법관에 임용됐다.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올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판사는 “이번 달에도 10㎞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며 “시각장애인은 가이드러너(달리기 도우미)와 서로 팔을 줄로 묶고 같이 달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3년 남산 산책을 하다가 지인 권유로 달리기를 해봤다. 한번 뛰어보니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은 느낌이라 계속 뛰고 있다”면서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러·북 군사협력 본질은 권력 유지 위한 지도자간 결탁"
- [단독]"토건세력 특혜 설계자는 국민의힘" 이재명 발언, 유죄 근거 됐다
- [단독] 김문기가 딸에게 보낸 ‘출장 동영상’, 이재명 유죄 증거 됐다
- 국어·수학 쉬워 1등급 컷 올라... 탐구 영역이 당락 가를 듯
- 트럼프 도피? 4년 4억에 가능... 美크루즈사가 내놓은 초장기 패키지
- [만물상] 대통령과 골프
- WHO "세계 당뇨 환자 8억명, 32년만에 4배 됐다”
- 제주 서귀포 해상 어선 전복돼 1명 실종·3명 구조... 해경, 실종자 수색
- “계기판 어디에? 핸들 작아”... 이혜원, 사이버 트럭 시승해보니
- 의대생 단체 “내년에도 ‘대정부’ 투쟁”…3월 복학 여부 불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