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숨 돌렸는데… 코로나 다시 고개 드는 동남아시아
인니·말레이·베트남 등도 거센 확산세
태국 유명인들 "송끄란 기간 확진됐다"
동남아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적은 수준을 유지했던 확진자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바이러스 재확산 빨간불이 켜지는 분위기다. 일상과 경제가 마비됐던 ‘악몽’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각국은 4, 5월 연휴 기간을 맞아 또다시 감염병이 번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확진자 수, 전월 대비 2~3배 증가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다. 17일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코로나19 일일 감염 건수는 약 4,000건으로 한 달 전(1,400건)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30%는 두 차례 이상 확진된 재감염자다. 같은 기간 입원자 수도 80명에서 220명으로 급증했다. 옹예쿵 보건장관은 “싱가포르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물결 중심에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백신 접종 보호 효과가 약해지는 만큼, 재감염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국가 상황도 다르진 않다. 인도네시아 일일 감염자 수는 987명으로 지난해 말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베트남에서는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지면서 지난 일주일 확진자 수(419명)가 전달(매주 70~120명)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2주간 확진자 수가 3월 말 대비 87.5%, 사망자 수는 25% 각각 늘었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 역시 지난 한 주간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입원한 사람이 전주보다 2.5배 많은 435명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국이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선언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해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의 조용한 감염 물결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 XBB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확산세가 ‘위기’ 수준은 아니다. 2021년과 지난해 전 세계에 각종 변이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각국 경제와 의료 시스템이 마비됐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대부분 국가의 설명이다.
대규모 축제가 코로나19 확산 화약고로?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당장 전날까지 나흘(13~16일)에 걸친 대대적인 송끄란 물 축제를 보낸 태국은 감염병 확산의 화약고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열린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마스크 없이 모인 탓이다. 행사가 끝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태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송끄란 기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정치인과 연예인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태국 질병통제국은 “1, 2주 뒤 확진자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며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최소 7일간 증상이 있는지 스스로 관찰하고,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해 달라”고 권고했다.
이번 주말부터는 금식 기간인 라마단의 끝을 기념하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도 시작된다. 이슬람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는 시민들이 대규모로 모여 사흘간 축제를 즐기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시간을 보낸다. 베트남 역시 4월 말 전승기념일과 노동절 등 닷새간의 연휴가 예정돼 있다. 긴 연휴가 감염병 재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각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은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권고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백신과 부스터샷(추가 접종)”이라며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빨리 주사를 맞아 달라”고 촉구했다.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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