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빵모았당' 상표권 두고 법정분쟁 돌입하나

진나연 기자,김소연 기자,조은솔 기자 2023. 4.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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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관광공사, '빵모았당' 상표권 취하요청…"일종의 권리 있어"
시민·업체들 "경쟁력 있는 브랜드 사라져…민관 협치 부재 아쉬움 가득"
지난해 5월 21일 대전관광공사와 대전빵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한 '빵 모았당' 축제가 중구 대전근현대사전시관 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대전일보DB

10만 여명의 방문객이 찾아 대전을 '빵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던 축제 '빵모았당'이 전격 취소된 가운데 해당 상표권을 두고 민·관 법적 분쟁이 예고됐다.

일부에선 '빵모았당'의 취소 배경에 대해 촉각을 세우며 향후 양 측의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대전관광공사와 대전빵축제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전관광공사는 지난 12일 '빵모았당' 상표권을 소유한 A 업체에 상표출원 취하요청 공문을 보냈다. 근거 규정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다. 해당 법은 동업, 고용 등의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에 있는 자가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를 알고,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 유사한 상품에 출원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A 업체가 지난 2019년 전국적인 빵 축제를 기획하며 '빵모았당'이라는 브랜드명을 고안한 곳이라는 점이다. A 업체는 1년 후인 2020년 대전관광공사에 제안서를 보내면서 민·관 협업을 시작, 대전빵축제조직위원회를 신설해 1-2회에 걸쳐 참가 업체 선정, 행사 프로그램 구성, SNS 관리 등을 담당해 왔다. 축제 2회차인 지난해 대전관광공사에 상표권 공동 출원을 제안했으나 당시 담당자와의 견해 차로 같은 해 7월 우선적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는 게 A 업체 측의 설명이다.

A 업체 관계자는 "관광공사의 상표권 취하요청에 현재 당혹스러운 심정"이라며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변호사 자문 등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관광공사는 '빵모았당' 상표권에 대해 일종의 권리를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빵모았당이라는 명칭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축제를 대행하면서 나온 브랜드 명칭이기 때문에 (관광공사에) 일종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상표권 취하 요청을 했고, 빵모았당 상표권을 가져와도 오는 10월 예정된 대전 빵축제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 업체가 지난 2020년 제작한 대전 빵축제 '빵모았당' 제안서 표지.

앞서 올해 대전 빵축제는 민·관 이원화, 취소 배경 등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관광공사가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10월 개최 예정인 '2023 대전 빵 축제' 외에 빵 관련 행사는 공사와 관계없다"는 공지를 알려 민·관 이원화 논란에 불을 붙였고, 민간 주도 '빵모았당'이 돌연 취소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이처럼 관광공사와 빵축제조직위원회가 2년간 공동 주최하던 빵 축제가 전국구 축제로 자리잡았음에도 각각 추진되자 일각에선 '전임 시장 지우기'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정 분쟁까지 예고되며, 향후 '빵모았당'과 관련한 잡음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빵모았당'이 전격 취소되자 시민들도 아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광공사가 주최하는 빵 축제가 예정돼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빵모았당'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게 되면서 지역 홍보 효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시민 전모(25) 씨는 "대전이 워낙 빵으로 유명하다 보니 '대전에서 여는 빵 관련 축제'에 대한 관심이 컸다. '빵모았당' 이름도 특이해서 사람들이 유독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면서 "빵모았당이 두 번 개최된 이후 대전 빵 축제라는 인식이 심어져 지역 홍보도 되고, 일부에선 '노잼도시'라는 오명을 씻기도 했는데, 갑자기 없어지게 돼 섭섭하다. 축제 같은 대외적 행사는 주최나 이름 등이 함부로 바뀌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지역의 제빵업체들도 민·관이 협력해 축제를 이어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행사 조직위가 구성한 '콘텐츠 창의성'과 관광공사의 지원을 통한 '안정감'이 어우러져 더 큰 축제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1회 빵모았당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민간이나 관에서 일방적으로 행사를 주도하는 것보다 민관이 함께 하는 것이 행사 구성이나 비용 지원 등 측면에서 훨씬 좋다고 본다"며 "당장 오는 10월에 있을 빵 축제는 관광공사가 진행할텐데 민간이 낸 콘텐츠만큼 독창적이고 재미있을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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